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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진부한 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합격자 (수험번호) 임*웅 (15749) 합격년도 2026년 1회 등록일 2026.06.29

나는 이 시험을 일곱 번 정도 본 것 같다.

정확히 세어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몇 번은 ‘시험을 본다’기보다 ‘시험장에 앉아 있었다’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해외 건축사 자격으로 1교시는 면제였고, 그건 분명한 이점이었다. 동시에 사람을 방심하게 만드는 조건 이기도 했다. 하나 덜 보니까, 하나쯤 덜 준비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했다.

처음 시험은 준비 없이 들어갔다. 경험 삼아.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게 더 컸다. 이후 몇 번도 비슷했다. 사무실은 늘 바빴고, 나는 늘 피곤했고, 시험은 늘 ‘다음에 제대로’라는 영역에 있었다. 결과는 일관되게 좋지 않았다.

이쯤 되면 시험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성의가 없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 하지 않았다. 사람은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능숙하다.

 

전환점은 2024년 2회차였다. 그때 처음으로 학원을 다녔다. 약 3개월. 모의고사는 늘 상위권이었다. 나도 그 점수를 꽤 믿었다. 하지만 본 시험에서는 계속 떨어졌다. 학원에서는 되는데 시험장에서는 안 됐 다. 이유를 파고들기에는 내가 좀 게을렀다. 그래서 다음 시험은 아예 준비를 안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날, 2교시를 프리핸드로 붙었다. 그 경험 이후로 ‘전략’을 다시 보게 됐다.

 

 


2교시: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다르게 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학원에서 남들이 반복 작도를 하는 걸 보면 존경보다 먼저 피로감이 왔다. 그리고 묘하게 열등감이 생겼다. 문제는 그 감정이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회피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작도를 줄이고, 문제를 더 잘 풀자.” 2교시는 프리핸드로 가기로 했다. 대신 문제 해석과 대안 구성에 시간을 썼다. 가평면까지 2시간 10분, 남은 50분에 프리핸드로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결과는 좋지 않았다. 50점대였다. 요구사항은 충족했지만 점수는 이상하게 박했다. 프리핸드에 대한 평가가 야박하다는 학원교수들의 말이 사실이었나. 그래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이 방식이 나에게 더 맞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다음 시험에서는 연습도 안하고 들어 갔다. 지금 보면 무모하다. 그런데 80점에 가까운 점수로 합격했다. 시험은 운이 작용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비교적 일정한 기준은 있다.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읽고, 요구사항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가.

적어도 2교시에서는 그게 유효했다.

 

 

 

3교시: 게으름이 통하지 않는 영역

 

문제는 3교시였다. 구조는 크게 준비하지 않아도 25점 정도는 나왔다. 애매한 점수였다. 단면은 달랐다. 완도를 하지 않으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 영역이었다.

나는 늘 시간 부족으로 완도를 못 했다. 그래서 마지막 한 달을 3교시에 투자했다. 학원 대신 기출만 봤다.

십 년치 단면을 시간 맞춰 60장 이상 풀었다. 구조까지 합치면 100장 정도였다.

그중 가장 어려운 문제 하나를 골라 열 번 넘게 반복했다. 처음에는 2시간 30분이 걸렸지만 반복하면서 점점 줄었고, 결국 1시간 20분 만에 완도가 가능해졌다.

그 상태에서 새로운 문제를 풀어보니 2시간 10분이면 충분했다. 그때 ‘된다’는 감각이 생겼다.

 

 


순서를 바꾸면 결과도 바뀐다


그동안 나는 구조를 먼저 풀었다. 부담스러운 단면을 뒤로 미뤘다. 결과는 항상 같았다. 단면 미완성. 그래서 계산을 다시 했다. 구조는 시간을 많이 써도 점수 상승 폭이 작고, 단면은 완도 여부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다.

결론은 간단했다. 단면을 먼저 한다. 시험 당일, 연습한대로 2시간 10분 만에 단면을 끝냈다. 남은 50분 동안 구조를 채웠다. 완벽 함보다 빈칸 없는 답안을 목표로 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단면은 40점대로 올랐고, 구조는 소폭 하락했지만 전체는 합격이었다. 전략이 맞았고, 그 전략은 반복 연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남는 것


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험은 조금 다르다. 특히 3교시는 반복이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손이 익고, 속도가 붙고, 실수가 줄어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재미가 생긴다. 실제로 손에 근육이 붙는다.

한 달 동안 매일 2~5장씩 그렸더니 손의 감각이 달라졌다. 샤프를 쥐는 힘과 선의 안정감이 변했고, 오히려 볼펜이 어색해졌다.

이 시험은 머리만으로 되는 시험이 아니다. 결국 손이 기억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성실한 수험생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한 달만큼은 꾸준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남았다.

무언가를 매일 반복 하면 생각보다 확실하게 변한다는 사실. 대단한 조언은 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이 시험에서는 노력은 생각보다 배신을 덜 한다. 그리고 가끔은 꽤 정직하게 돌아온다.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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