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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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격자 (수험번호) | 류*환 (58385) | 합격년도 | 2026년 1회 | 등록일 | 2026.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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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생, 어느덧 서른의 끝자락을 지나 마흔이라는 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라는 현장의 최전선을 누비며 십수 년을 보냈지만, 정작 제 이름 석 자 뒤에 '건축사'라는 당당한 자격을 붙이지 못한 채 살아온 시간은 늘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납덩이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베테랑이라 자부하면서도, 명함을 건넬 때마다 느껴지던 묘한 결핍은 저를 끊임없이 채찍질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2025년 7월,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사랑스러운 딸아이의 탄생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그 작고 가녀린 손가락이 제 검지를 꽉 쥐던 그날의 온기를 저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그 순간, 제 안의 무언가가 깨어났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아빠가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에 서서 정당하게 인정받는, 아이가 훗날 "우리 아빠는 건축사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미 1교시 대지계획과 3교시 건축구조 및 단면에서는 합격의 통지를 받았었기에, 제 앞에는 2교시 '건축설계'라는 마지막 봉우리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굳어진 저만의 고집과 습관들은 시험이라는 정교한 논리 앞에서 자꾸만 어긋나기만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당연했던 판단들이 도면 위에서는 오답이 될 때마다, 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수험 생활은 고독과 피로의 연속이었습니다. 낮에는 광주 곳곳의 현장을 누비며 쏟아지는 설계 업무와 프로젝트들을 처리해야 했고, 몸은 이미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저를 반기는 아내와 곤히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보면 다시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식탁 한편에 펼쳐진 작도판, 그 좁은 공간이 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고요함 속에 울려 퍼지는 0.5mm 샤프심의 서걱거리는 소리만이 제 유일한 동료였습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데 잠시만 눈을 붙일까' 하는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저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고른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숨소리는 저에게 "아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해주는 가장 강력한 응원가였습니다. 아내는 그런 저의 밤샘을 위해 조용히 커피를 타다 놓거나, 육아의 고단함을 묵묵히 혼자 견디며 제가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사실 이 합격증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은 아내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시험 당일, 떨리는 손으로 제도판을 세팅하며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네가 우리 가족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시간이다." 시험 시간 내내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도면 위에 그어지는 선 하나하나에 제 인생의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실무에서 겪었던 수많은 고민과 밤잠을 설쳐가며 연습했던 논리들이 손끝을 통해 종이 위로 퍼져나갔습니다. 마지막 선을 긋고 고사장을 나설 때 느꼈던 그 시원섭섭한 공기를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입니다.
마침내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던 날, 저는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를 꼭 껴안고 "아빠가 해냈어, 약속 지켰어"라고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그제야 지난 수험 기간 내내 저를 짓눌렀던 무거운 압박감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저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담고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건축사'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이제 저는 후배 수험생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고자 이 부끄러운 기록을 남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의 먼지와 작도판의 사투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동료 여러분, 당신을 믿어주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십시오. 그 간절함이 결국 당신을 합격이라는 문으로 이끌 것입니다. 저 최철수 또한 이제 건축사로서 제 딸과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단단한 집을 짓는 마음으로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기다려 준 가족에게 이 영광을 모두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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