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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노력해서 성취한 이야기를 절절하게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다지 성실하지도 않고, 특별한 사연도 없는 평범한 삼수생 직장인일 뿐이었으니까요. 다만 이번 마지막 시험을 치르면서 느낀 한가지를 중점적으로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이번 시험은 솔직히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오는 순간부터 시험장에서 실수한 것들이 봇물 터지듯 머릿속으로 쏟아졌고 후회와 자조의 감정으로 통한의 2개월을 보냈습니다. 합격자 발표 날에도 희망을 갖고 수험번호를 검색한게 아니라 희미하게나마 일말의 기대를 갖는 스스로가 짜증이 나서 깨끗하게 잊으려고 홈페이지를 찾았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수험번호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있는 것을 발견했고, 저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었습니다. "어..? 이상하다..?"
왜 제가 그렇게까지 불합격을 확신했는가.. 1교시 대지분석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조건 한가지를 놓쳤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배치계획을 다 풀고 5분 남짓이 남은 상황에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앗.. 내적 비명과 함께 자비 없는 운명을 원망하며 펜을 내려 놓으려던 그 때..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우개로 지워버리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것을 지운다고 제 실수가 사라지는 것인지, 더 말이 안되는 도면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전후좌우 상황을 따져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떨어지는 것이 매한가지라면.. 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지워버렸고, 그 안에서 맞출 수 있는 숫자들을 최선을 다해 맞췄습니다. 솔직히 어떤 도면을 제출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 때 제가 펜을 놓았다면 어땠을까요? 나와 한 몸 같았던 제도 용품을 미련없이 당근에 팔아재끼고 그 돈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동료들에게 한턱 쏠 수 있었을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명언 보다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진짜 늦었을 때라는 말에 더 공감을 하며 살아왔던 저 였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적어도 건축사 시험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문제 유형의 변화 폭이 매우 커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했던 그대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당장의 미봉책일 뿐인 것 같아도 오답이 정답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항상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한 번은 얻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이 시험장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노력했음에도 시험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면 그것은 그 날의 운이 좋지 않았을 뿐입니다.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힘내어 다시 도전해보세요. 여러분의 답안지에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