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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도 딱히 자격증에 욕심이 없었다. 같이 근무하던 이사님이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제도판과 제도 용품을 물려받았고, 다른 직원이 먼저 건축사가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솔직히 그게 공부를 시작한 원동력이었다.
김수원 선생님은 서울에서 근무하던 회사 선배들이 귀가 닳도록 들은 이름이다. 그때 당시 확인 해보니 서울 에서는 수업을 하지 않고 부산과 대구에서만 수업이 있어 수강을 포기 했었다. 몇 년 후 부산, 초량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그곳에 명인건축한솔학원이 그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 20년도 2회 시험 대비로 등록하고 수강을 시작했다. 코로나의 첫 등장으로 1회 시험이 6월로 미루어지고 9월 시험 전에 맛보기로 첫 시험을 치게 되었다. 당연히 합격 과목은 없었고 하루 종일 치루는 시험을 온몸으로 경험한 값진 경험이었다.
매주 토요일, 정규 수업을 마치고 2부 수업이라 불리고 오직 시험에 관한 이야기와 토론을 하는 아주 사적인 모임이 있었다. 그렇게 합법적인 술자리를 갖기 위해 열심히 학원을 다녔었다. 이런 모임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
9월 시험 전 김수원의 유투봐를 접하고, 이것은 나에게 있어 신의 한수 였다.
유투봐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2가지 과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분배의 노하우를 그대로 따라했다. 그리고 무조건 완도가 중요하다 생각 했고 그렇게 설명을 들어왔기에 배치가 맞든 틀리든 내가 맞다 생각하고 30분만 계획하고 나머지 시간에 작도를 올인 했다. 손이 느려 배치 완도까지 2시간을 넘겨 특단의 조치가 필요 했기에 그렇게 결정했다.
감독관의 “5분 남았습니다.” 를 들을 때까지 최대한 작도하고, 이후에는 다시 치로 넘어와 주안점을 최대한 작성 했다. 지문에 적혀 있는 내용을 모두 다 적용시켜서 작성했다는 것을 표현 했다. 지문에 없더라도 실무를 함에 있어 당연했던 것들 특히 각론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 표현했다. 그렇게 없던 운도 생겨나 20년 2회 시험에서 1교시(64.5점)를 합격하게 되었다.
한 과목씩 합격하면 드디어 건축사가 되는 것인가?
학원에서는 예습하지 말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복습 위주로 학습하라고 하셨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지만 나는 이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21년 1회 시험에서 합격과목 없이, 2교시(54.5점)로 아쉬움만 뒤로 하고 2회 시험을 또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나의 단점인 부족한 작도 실력 과 속도를 위해 연습을 많이 했었다. 역시 학원의 수업과 그의 방법은 최고였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비했기 때문이란 것을 2회 시험을 치루고 나서 다시 한 번 확인 하게 되었다.
평면 계획은 술술 잘 풀렸다. 1교시 합격할 때도 30분 계획 후 작도하면서 나머지는 정리 했듯이 계획은 맞다 고 판단하고 바로 그리기 시작했다. 역시 계획 시간을 짧게 하여 자잘한 실수가 있었지만 최대한 지문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방법이 나와 잘 맞아 제출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았고, 남은 시간은 정말 짧지만 그 시간에 최대한 계획의 주안점을 다이어그램으로 간단하게 표현하고 제출 했고, 21년 2회 시험에서 2교시(61점)를 추가합격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1과목씩 합격할 생각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순차적으로 건축사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이제 3교시 1과목만 남았고 비록 합격점수들이 60점대지만 합격은 합격한 것이다. 끝이 보인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자.
마지막 1과목을 남겨두고 부산수험생들에게 떠도는 소문, 마지막1과목이 남으면 서울에서 시험 쳐라. 최종 합격의 지름길이다. 나는 이 소문을 22년 1회 시험에 실행으로 옮겼고 그 결과는 참패였다. 1교시 과목 부활까지 이제 2번의 기회만 남았다.
22년 2회 시험을 준비하면서, 3교시 중 단면은 무조건 많이 그린 사람이 최대한의 결과로 나오는 과목이라 생각 하고 열심히 그려 댔다. 그리고 구조는 09년도부터 최근까지 과년도 문제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연습한 결과 단면은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 부족했고 구조는 엄청 많이 늘었다 생각이 들었다. 공부 량이 부족하다 판단이 들어 시험을 치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시험장에 가지 않으면 계속해서 같은 고민으로 흔들릴 것 같았다.
역시나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특히 수험생 당황시키는 문제에 멘탈이 너무 나도 흔들려버렸고, 결국 또 한 번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순전히 나의 노력 부족이며 연습량 부족이었다. 문제가 내 예상과 달라도 최대한 빨리 파악하는 것도 내 실력임을 이제야 느꼈고, 그것이 바로 실력이다. 건축사의 자격은 그런 것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또 다시 23년 1회 시험을 준비했다. 수업이 없어도 무조건 학원으로 갔다. 매주 토요일은 무조건 2장 이상씩 그렸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했다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았다. 대신 수업이 있는 날에는 그날 받은 3교시문제는 최대한 다 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시험 한 달 전부터는 과년도 문제를 매일 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1번은 꼭 그렸다. 단면과 구조 문제를 시간을 체크해가면서 나 홀로 모의고사를 치렀다. 목표는 09년도까지 거꾸로 올라가면서 과년도를 다 풀어보고 싶었지만 시험장 가기 하루 전까지 16년도까지만 풀어보고 갔다. 그리고 학원에서 알려준 상세도도 빠짐없이 한 번씩 연습했다. 나름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인지 1교시부활까지 마지막 기회라서 그런 것인지 너무 마니 심장이 뛰었다. 여태껏 살면서 시험 전날 이렇게 긴장된 적은 없었다.
그동안 3교시만 시험장에서 짧은 시간에 문제를 풀다 보니 잦은 실수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마지막 작전을 세웠다. 이번에는 1교시 때 몸 풀기로 문제를 풀고 제출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3교시 시험 전까지 그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면서 긴장감을 풀기로 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도가 중요하다 단면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쓰고 후회 없이 나오고 싶었다.
작전대로 아침부터 1교시부터 응시 했고 3교시 전까지 공부하면서 긴장을 풀고 시험을 준비 했다. 답안지를 받고 대략 답안을 파악 후 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20분이 걸린 가단면을 보면서 작도를 시작했다. 남은 시간 50분에 구조로 넘어가야만 했다. 이때 단면은 거의 완도에 가깝게 모두 작도가 되어 있었다. 미리 준비했던 타임스케줄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다. 구조 문제도 완도가 목표인 나는 빠른 시간 안에 답안을 채워 넣었다. 이윽고 5분이 남았다는 감독관의 공지를 듣자마자 바로 단면으로 다시 넘어왔다. 쓰다 남긴 재료 명과 주안점을 모조리 채우기 시작했고 노트까지 빈칸에 채워 넣고 나니 종이 치고 제출하라고 했다. 이때 단면도의 마무리를 상징하는 테두리 라인까지 모두 긋고 깔끔하게 제출하고 홀가분하게 시험장을 나왔다.
나는 만족했다. 준비한 타임스케줄대로 했고 이때까지 치룬 7번의 시험 중에 3교시를 이렇게까지 채워낸 적이 없었다. 답이 맞든 틀렸든 최선을 다했다 생각 했고 당락은 운명에 맡기기로 정했다. 역시나 실수한 것이 꽤 있었다.
운명의 발표가 있는 날 자정에 합격자 리스트가 올라왔지만 확인 할 수가 없었다. 내 번호가 있다면 너무 행복하겠지만 없다면 너무 괴로울 것을 알기에...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뜬눈으로 밤을 지세우고 일어났다. 출근을 준비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어찌 되든 그 순간은 아내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흔들어 깨웠고 이어서 말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뭐가 댔든 같이 확인 하자.” 내 번호가 있었다. 응시 표를 가지고 와서 같이 두 번 세 번 확인 했다. 아내에게 감격의 악수를 청하며, ”될 줄 알았다. 고생했다. “라고 고 답을 들었다. 순간 울컥했지만 참을 만 했다.
출근하면서 합격 소식을 전했고 점수(61.5점)를 확인하고 최종합격 글자를 보고 너무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퇴근 할 때까지 계속 그 소식을 전했으며 지금까지도 계속 전하고 있다.
123교시 모두 다 최대한 내가 아는 것은 모두 다 써냈던 때에 합격을 했다.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채점자에게 나의 간절함을 보여주어라. 나는 그 간절함을 이런 식으로 보여 주고 점수 이삭줍기를 하고 감점을 최대한 방어했기에 최종 합격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믿어주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합격수기 라는 것, 처음 써보는 것이라 그저 손이 가는 대로 써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