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저는 건축 설계가 아닌 시공 쪽 위주로 해왔던 사람이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처음부터 건축사 시험 도전을 하려고 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 한솔 학원에서 기술사를 먼저 공부했고, 그 때까지 다른 어학 학원에서 알게 된 분이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이 학원이 원래 건축사 준비로 훨씬 더 유명했다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술사를 취득하고, 마침 곧 건축사 자격을 5년제 학사 졸업자만 응시할 수 있게 되고, 예비시험 응시 가능한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에 한 번 도전해볼까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보다도, 합격하는데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2018년 2,3교시 부분 합격 후 1교시만 남았는데, 결국 5회만에 합격하지 못해 다시 2022년 1회 시험에 세 과목을 준비해 이때는 1,3교시 부분 합격하고 2교시를 다시 두 번 더 쳐 이번에야 합격했습니다. 이번 시험은 2교시 문제 자체는 평이한 데에 비해 제가 작성한 답안의 완성도가 제 기대보다 약간 못 미쳐서(거의 시간 아슬아슬하게 완성해서) 솔직히 합격할 수 있을지 미심쩍었는데 합격해서 좋으면서도 실감이 잘 안 났었습니다. 시험에 붙으니 시험 합격한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이 지리한 수험생활을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는 게 정말 좋네요. 오랫동안 시험준비를 하다 보니 어깨와 팔이 많이 무리가 가서 힘들기도 했거든요.
다음은 제가 느낀 시험 준비 시 고려할 사항입니다.
1. 건강관리 :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체력이 국력입니다. 위에 부분합격 후 1교시를 5회만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처음 한 두 번은 제 실력자체가 아직 폼이 올라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 이후로는 이상하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고, 시험을 볼 때 1교시 세 시간 중 첫 한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확 떨어져 답안 자체를 완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빈혈이 심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검진도 잘 받으시고 필요한 약이나 영양제, 운동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2. 답안작성 : 사실 약 20년 전 대학교 1,2학년 때 제도 수업 들은 이후로는 제도 자체를 할 일이 없었습니다. 이건 건축, 건설 업계 모든 분에게 거의 비슷한 상황일거예요. 요즘은 워낙 CAD로 다 하니까요. 그래서 처음 제도판 사고, 샤프며 도면걸이, 삼각자 이런 도구 사서 작도할 때 너무 어색했습니다…. 익숙해지는 데 꽤 걸렸던 것 같아요. 결국 제도해서 답안을 작성하고 이게 최종 결과물이 되는 거니까 어떻게든 빨리 작도에 익숙해져서 속도를 내는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처음 시험 준비하면 내 능력으로 처음부터 제대로 문제 풀어서 작도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정 안되면 연습문제 답안을 그냥 베껴서라도 연습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3. 기출문제 풀이, 분석 : 이건 전 세계 모든 시험에서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격증이든, 수능이든, 공무원 고시, 어학시험 등 모든 시험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건데, 결국은 빨리 패턴을 파악하는 겁니다. 문제 분석에서는 출제자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떤 걸 중점으로 보는지, 답안에서는 문제 요구사항을 공간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빨리 터득할수록 더 유리합니다. 기출문제는 다 공개되어 있고 해설 영상들도 있으니까 직접 풀어 보시는 게 가장 좋지만 시간 없으면 직접 작도는 못해도 문제 읽고 답안과 비교해보며 분석이라도 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결국 학원 연습문제도 기출문제에 기반해서 만드는 거니까요.
4. 교시별 : 가장 기본은 문제를 주의 깊게 읽고 필요한 사항들을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자주 답안을 제출해서 교수님들께 체크 받고 피드백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회피형 성향이라 그게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을 무릅써야 조금이라도 발전하니까요.ㅜㅜ
1교시 – 저 같은 경우는 실무경력이 부족하다 보니, 건축법부터 다시 공부해서 주요내용을 노트 필기로 정리해서 시험 마다 그걸 복습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초창기에 했던 실수가, 특히 분석/조닝에서 면적, 길이 계산 시 그냥 자로 재서 했었는데, 답안지가 출력될 때 기본적으로 오차가 좀 있다 보니 결과가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가급적 직접 계산해서 하는 게 좋습니다. 분석 조닝의 경우 여러 건축법을 적용하면서 계산하는 일이 많은데, 시험지 빈 자리에 항목별, 계산과정별로 정리해 풀어 나중에 어디가 틀렸는지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배치계획은 그리드 보다는 문제 조건에 어느 정도 명확히 나온 시설물 위주로 먼저 배치하고 나머지를 맞추는 식으로 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게 주차 보행 동선인데, 이건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터득하는 방법 외엔 없더군요.
2교시 – 수업 내용과 연습문제 모범답안들과 기출문제 답안을 분석해 스팬, 모듈 잡는 것을 파악하고, 제가 특히 어려워한 출입구에서 계단 등 코어 동선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 지를 공부했습니다. 특히 처음에 한 번 합격했었던 지라 두 번째는 당연히 쉽게 합격하겠지 싶었는데, 큰 코 다쳤었지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처음 시작하는 자세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3교시- 제가 시공쪽 경력이라 그나마 유리한 과목이긴 했습니다. 특히 단면도는 단면 디테일을 정리하고, 그 외에는 작도 퀄리티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구조 쪽은 아무래도 얘기가 다르죠.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정리하고, 두 번째 시험 볼 때는 아예 구조 단과반을 따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험 치러 가서 내가 잘 모르는 문제가 나왔더라도 일단은 빈 종이 내서 포기하지 마시고 되든 안되든 뭐라도 작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2018년 시험 때, 저는 일반적인 라멘 RC구조, 철골구조에 대해서만 공부해갔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트랜스퍼빔 구조가 나와서 완전히 ‘멘붕’했었거든요. 그래도 일단 아는 만큼은 최대한 작성했습니다. 주차계획을 먼저 하고 거기 맞춰 기둥 배치하고, 제가 사는 곳이 빌라라 비슷한 구조라 그걸 떠올리며 어떻게든 빈칸을 채워서 냈더니 3교시는 그래도 합격을 했으니까요.
5. 시험 운영 : 먼저 이 건축사 시험을 아예 처음 보시는 분이면 학원에서 주최하는 최종 모의고사를 꼭 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아무래도 세 시간씩 세 과목 아홉 시간이라 시험시간이 길고, 가져가서 배치할 제도 도구들도 많다 보니 모의고사 때 도구들을 어떻게 둘지, 시간 운용은 어떻게 할 지 연습을 해 둬야 본 시험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틀려도 답안지 교체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틀리면 틀리는 데로 밀고 나가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습니다. 경험 상 세 시간 중 한 시간 반이 지나면 무조건 작도를 시작해야 겨우 완성할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학원 수업에서 문제 풀 때 최소 10분 이상이 남아야 본 시험에서 빠듯하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별 것 아닌 내용들이지만 앞으로 시험 준비하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그간 시험 준비하던 일들이 떠오르네요. 그 동안 수업 들었던 교수님들, 특히 다시 리셋 해서 세 과목 다 봐야 했을 때 잘 상담해주신 유흥상 교수님, 그리고 학원 관계자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