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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건축학과를 다니며 설계 전공을 하였으나 가정 형편 상 건설사로 시작하게 되었다. 일하며 만난 건축사님들의 매력에 빠져 시공사로서 건축시공기술사가 아닌 건축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2019년 1회 건축사 예비시험에 합격을 하고 가장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한솔건축사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요 완벽반에 등록하고 생소한 시험을 접하고 그동안 손을 놨던 제도판에 도면 그리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당시 오호영 강사님께서는 이 반에서 많아야 2명 동차 합격을 한다고 말씀하셨고 그 말에 불타올라 열심히 했지만 쉽게 진도를 뺄 수는 없었다. (말씀대로 한분이 퇴직하시고 열심히 하여 동차합격을 했다고 합격수기를 보고 알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불특정한 변수가 많은 현장생활과 병행하다보니 건축사 준비는 오롯이 일요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셋 중 가장 만만해보이는 1교시를 준비하였다.
2019년 9월 첫 시험을 보고 무려 9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어두컴컴한 밤, 교실문을 나서며 집으로 가는 길은 매우 멀게 느껴졌고 다른 합격자들과 같이 밤늦게 모범답안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모든 과목의 모범답안은 내가 작성했던 답안과 전혀 달랐고 스탠드등을 켜놓고 지문과 모범답안을 비교해가며 이런 방식의 시험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건축사는 안맞는구나 생각하며 깨끗하게 포기하고 있었지만 당시 2교시 합격율이 높아서 소가 뒷걸음치다 쥐잡은양 2교시를 합격했고 그렇게 진정한 수험생활은 시작되었다.
일이 바빠지고 맘은 급한데 코로나로 인해 공부도 못하고 시험준비도 못했다. 2020년 1회차는 건너띄고 2회차를 알음알음 준비해봤으나 당연하게도 1,3교시 모두 광탈이었고 2021년 1회도 터무니없는 점수로 떨어졌다.
장수생으로 접어들면서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1교시에 한솔 유투봐를 접수했고 매력적인 강의 끝에, 2021년 2회 시험 중 1교시를 무난히 합격하고 마지막 3교시만 남았다.
현장이 마감중이라 공부할 시간은 없었지만 기출문제를 만지작거리며 집에서 짬짬이 준비를 했고 보란듯이 2022년 1회 시험 3교시도 56점으로 탈락했다.
구조점수가 왜이렇게 안나오는걸까…
2022년 여름, 2회 시험을 대비하여 3교시 일요 단과반을 등록하여 공부하다보니 그동안 3교시에 대한 나의 방향은 완전히 잘못되었고 초심으로 돌아가 단면 작도량을 늘리고 구조도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 한번 더 떨어지면 2교시가 부활하기에 주말마다 학원을 가고 자습실도 제일 먼저 가고 가장 늦게 불끄고 나오며 공부했다. 시간 내 도면을 그리고자 3교시 가단면을 없애고 그리는 방법을 연습했다.
바쁜 회사생활 중, 시험 일주일 전부터 연차를 내고 자습실로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하루에 3교시 단면 3장, 구조 2장을 그려댔다. 이정도면 됐다는 마음으로 당당히 2022년 2회 시험에 임했지만 축선부터 레벨, 기존 건물에 증축, 외단열,내단열, 세가지가 넘는 상세 등등..
기출과 벗어난 유형의 문제가 나왔고,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평소 하던대로 지문을 짚어가며 도면을 완성시켰다.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있던 작년 11월, 무려 242명이라는 역대 최소 합격율 보도자료를 접했고 그렇게 또 57점으로 탈락했다. 장수생으로 자만심과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내 모습이 싫었고 건축사 시험에 매달려 주말을 반납하고 가족에게 등한시 했던 내 자신에게도 실망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23년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한솔 학원 다니며 못풀었던 문제들을 모아 하나씩 복기하며 풀어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공부를 안했던 2교시도 다시 들여다보며 2019년 배운 자료를 복기하며 풀어갔다.
한솔 모의고사를 신청하고 최선을 다해 임한결과, 2교시 76점, 3교시 69점이라는 점수를 받게 되었고 이번에는 자만하지 않고 또다시 복기하며 놓친 부분을 되짚었다. 2월부터는 기출문제 10개년치를 모아서 하루에 한 개씩, 2교시와 3교시를 풀어갔다.
3월 3일, 시험 전날 연차를 내고 등산을 했다. 다소 높은 산을 새벽같이 오르며 그동안 준비했던 공부를 한걸음 한걸음 내딪으며 머리속으로 복기했다.
오후 늦게 하산하고 일찍 저녁식사 후 푹 자고 다음날 일찍 7시 30분경 시험장에 도착했다. 1교시는 과목합격 상태인지라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1교시부터 시험을 봤고 그 날은 정신없이 온갖 힘을 쏟아내며 집중했다.
시험이 다 끝나고 허탈감이 몰려올 정도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날 밤, 한솔 모범답안을 보며
2교시는 일부 다르지만 비슷했고, 3교시 구조는 거의 똑같았으며, 단면도 계단 빼고는 비슷했다.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올리는 2교시 복기도면들은 매우 훌륭했으며 나 뿐만 아닌 모두가 잘 본 듯 했다.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3교시 단면 복기도면은 잘 보이지 않았으며, 구조 또한 목재 트러스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마찬가지였다.
2023년 4월 13일, 미리 발행되는 보도자료를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고 퇴근 후 일찍 잠에 들었다. 새벽녁 온 가족이 잠든 틈에 몰래 일어나 국토교통부 공지의 합격자 발표 명단을 열고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 숫자를 찾았다.
있다.. 내 수험번호가 있다. 그것도 최종합격 명단에.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흘러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간이 좀 더 지나, 합격수기를 쓰는 지금도 사실 믿겨지지 않아 하루에 한번씩 성적조회를 통해 최종합격 글자를 확인해보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건축사 시험이란, 모든 다른 합격 수기와 다를바 없다. 누가 엉덩이를 오래, 많이 붙이고 있었는가, 그리고 또 얼마나 집중을 하였는가.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소 모자란 점수가 점점 살을 붙여 60점을 넘겼을 때, 최종합격이라는 명예와 함께 건축사의 길을 걷는 것 같다. 건축사라는 자격증이 취득하면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리셋이지만, 그 고비가 높기도 하고 가파라서 절망도 많지만 꾸준함만이 정상을 정복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하기를 기원한다.
사람에 따라 짧은 기간 안에 합격하는 건축사님들도 계시고 저처럼 5년이 넘는 시간동안 맘고생하며 합격하는 건축사님들도 많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다들 시험에 합격해서 짜릿한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며 합격 수기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