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시작

막연하게 시작하였던 건축사자격시험이었습니다. 시험의 문제는 어떤 유형인지, 각 과목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주변에 건축사시험을 공부하던 사람도 물어볼 사람도 없어 단순히 모든 것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만 했던 시작이었습니다.

한솔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으며 이론은 이해를 했지만, 실제로 문제를 풀던 수업에서는 선 한개 긋는 것이 힘들었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할지 몰라 도면을 그리지도 못하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날 바로 인터넷강의도 신청하였고, 이후 집에 도착한 문제를 정리하면서 각 수업들의 문제 유형을 정리하며 반복풀이를 시작하였습니다. 지문을 읽으며 처음부터 자신이 없거나 문제를 잡고 있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쉬운 문제만 풀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반복 풀이를 하면서 답이 틀리면 정답 안을 그대로 따라 그려가며 문제를 풀었습니다.

풀면 풀수록 문제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나만의 프로세스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처음에는 풀지 못했던 문제에도 적용해 풀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2020년 2회 나에게는 첫 건축사자격시험, 가장 못 풀었고 정말 엉망이었다고 생각한 1교시가 합격하는 아이러니가 생겼습니다. 오히려 괜찮게 풀었던 2교시와 3교시는 떨어졌습니다.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시작에서 1교시라도 합격한 것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2021년은 나에게 절망을 주었습니다. 2021년 두 번의 시험과 두 개의 과목 총 4개의 시험이 모두 50점 중후반이 나오면서 희망고문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거기에 후배들과 동문들은 합격하였다는 소식에 스스로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되고 거기에 몸까지 좋지 않아져 정말 머릿속 한편에서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 또 한편으로는 정말 독기만 남아 합격이 아니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생각만이 남아 정말 힘든 한 해였습니다.

2022년 학원 수업을 들으며 항상 남과 비교를 하며 자신이 더 추가해야 할 부분을 찾았습니다. 몇 년에 걸쳐 공부를 하다 보니 이제 여유가 생기는지 다른 사람들의 답안과 비교를 하며 자신감을 되찾기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때 가장 도움이 된 건 사실 이론적인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이때는 사실상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한솔아카데미에서 강의주시는 건축사님들이 나에게 주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022년 1회에 3교시가 합격하고 2회에서 2교시가 최종합격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건축사자격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냐고 묻는다면

 1.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반복 숙달로 이겨 냈다. 정말 처음이라고 생각된다면 모르는 문제는 과감히 포기하고, 쉬워 보이는 문제부터 도전하라. 반복 숙달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문제의 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 초기에만 적용되는 부분으로 판단해야한다)

2. 실력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부분이 생길 땐, 실무에서 쓰이는 표현과 같은 것을 적용시켜 잃어버린 10점을 되찾는 방법을 연구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풀이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이미지를 과감하고 자신 있게 표현하고 자신을 의심하지 말자. 문제를 풀며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 문제의 풀이도 의심을 하게 된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에 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3. 이춘호 소장님이 수업에서 누군가가 60점으로 합격한다면 그만큼 짜릿한 것이 없을 거라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몇 명이나 60점을 맞겠냐며 수업 듣고 집에 가는 길에 되새기며 헛웃음을 쳤는데 그게 내 얘기일줄 몰랐다. 3교시를 60점에 합격하니 정말 짜릿했다. 시험 마지막까지 작은 표현하나 더 그려 넣으려고 프리핸드로 그려 넣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4. 고작 몇 년이다.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만3년 걸렸다. 그 몇 년이 남은 내 인생을 결정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결코 손해 보는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시험에 자신을 투자하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