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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주변도 없고,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강해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제가 (뭐, 설계하시는 분들 저뿐만 아니라 비슷하신분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번 맺은 인연은 오래갑니다 ^^) 이런 글을 쓰는거 자체가 솔직히 조금은 쑥스럽고, 남 앞에 나를 드러내는거 같아 많이 부끄럽습니다.
1년이 채 못되는 시간을 공부하면서, 최종합격의 영광과 저에게는 잊지 못할 스승이자 제 인생의 큰 형님을 얻었습니다.
작년 12월 6일 부터, 시험 때까지 수원에서 대전까지 먼길 마다 않고 다닌 결실을 얻었네요. 작년 예비시험 합격하고, 한솔 본원 3달 다니면서, 시험 보고 나름 1,2과목 기대도 했었는데, 전과목 낙방. 그때 느꼈던 좌절감은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죽을거 같더군요.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하면, 울컥하곤 합니다. (순간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면, 최후의 결정을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오래 시험봐 오신 분들이 대부분인데, 솔직히 당시에는 제가 그랬습니다.)
알음알음 낯설게 물어 찾아간 한솔 대전학원, 서울 본원 보다는 규모도 훨씬 작고, 갖추어 지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 거기다 본원에서 처럼 그많던 강사분들은 하나도 안보이고, 전과목 1인 강사 체계. 이게 맞나 솔직히 의구심이 들더군요.
그러나, 딱 첫날 첫수업을 들으면서, 그러한 모든 의문은 사라졌습니다. 말로만, 칠판에 판서로만 하는 강의가 아닌 직접 작도하고 시범 보여주시면서, 각각 개인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시려는 노력들..
사실 설계를 오래하긴 했지만, 학교졸업후 작도를 10여년 넘게 안해본 처음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작도 자체가 부담이 아닐수 없습니다. 작도가 안되면 작도 시간에 쫒겨 순수 계획 시간 자체가 너무 모자란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달은 10시 수업시작이라서.. 9시정도 까지 갔습니다... (그시간에 갈려면 6시 일어나서 버스타고, 수원역가서 7시 기차타야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수강생들이 공부하는 걸 보니, 눈이 돌아가더군요. 대전 수강생들은 정말 고수들이 많더군요. 거기다 고수인데다 노력파...열정...딱 그게 느껴지더군요. 열정과 간절함 그리고 그것을 얻기위한 처절함.
'아~ 정말 이대로만 하면 이사람들 따라 갈수 있을까??' 하는 의문...
대전 수험생들 정말 대단한 노력파들입니다.. (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전에서 학원오시는 분들은 손가락에 꼽더군요. ^^; 역시 전국구 학원)
거기다 10시 수업인데, 9시면... 앞자리는 거의 자리 확보가 힘들어 지구요.. 작년 본원 수업때는 30분전에가도 앞자리 앉을수 있었거든요. (이게 뭐지 이사람들 다들 왜이래??) 그래서, 1월 부터는 1시간 더 일찍 일어나 첫 기차 타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쭉 시험 끝날때까지..
항상 학원 문 열기전에 원장님이나, 총무님 오는 거 기다리면서, 담배한대에 커피 마시던게 이제 추억이 되겠네요.
사실 시험 당일날도 6시에 1등으로 시험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1년새 습관이 되어 있더군요. 남들이 들으면 황당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시험장에 도착해 보니, 제 자리가 없었습니다. 제가 시험장을 잘못 안거죠. 잠시 맨붕이었지만, 다시 차를 몰고, 제 시험장인 송파중에 도착을 했을때도 학교에 도착한 수험생은 제가 1등이더군요. ㅎㅎ , 수위 아저씨가 "시간이 몇신데, 벌써와요?" 하더군요.
천천히 시험장도 돌아보고, 화장실도 미리 확인하고, 여러 학원들에서 나와서 나누어 주는 요약집들도 받아서 훑어보고, 긴장을 완화하고 진정 시키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시험시작해서는 잠시 멍...
맘 다잡고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1시간 반이 넘어갈때 들어도 들어도 알아들을수 없는 문제지 수정사항 (분명히 한국말로 하는데, 긴장해서 인지 전혀 내용 파악이 안되더군요)
화장실간다하고 나와서 5분가량 멍하는 있었네요.
같이 간 감독관이 '화장실엔 뭐하러 나왔어요. 어서 들어가시죠' T;T (니가 이런 시험봐바라 그런소리나오나~)
위기의 시간들... 그럴때 마다 1년 동안 수원이 형한테 들었던 얘기들... 칭찬들, 꾸지람들, 강조하시던 말들, 총정리때 이런건 죽었다 깨도 꼭 지켜야돼... 기본을 지키고 노멀하게...100점 맞는 시험이 아니다. 100점 맞으려고 하면 바로 OUT이다.
'건축이론은 역사가 있다' '명장 밑에 약졸없다' '시험출제하시는 건축사, 교수님들도 꼬맹이때 보고 배워온 건축이론, 역사, 기본들' 이건 세상 그 어떤 사람이 와서 출제해도 바꿀수 없는 절대불변의 진리. 이것만 지키면 합격한다. 이러 저러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은데, 솔직히 다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위기의 순간 마다 선택의 순간들이 다가 오더군요.. 그럴때 마다 형님이 말씀해 주신 것들을 되뇌이며, 나름 우선 순위를 정했습니다. 조닝, 동선, 코아등...끼고~ 출입구. 큰그림 보기, 작은것에 연연하지 않기.
두서 없이 적다 보니, 앞뒤도 없고, 오락가락하네요.
눈물이 납니다. 발표당일 새벽 와이프와 합격자 명단 볼때만 해도 안울었는데, 이글을 쓰다 보니, 또 울컥하네요.
천년을 기다린 하루. 이말이 솔직히 4월까지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많은 말들을 들었는데, 아마도, 제 주관에 100% 믿음을 가지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나름 10년이상 실무를 한답시고, 손에 머리에 익혔던 것들이 다 맞는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를 버리고, 스펀지가 되자. 토달지 말자. 다 받아들이자. 여기 그많은 고수들도 다 그러더군요. 처음에는 이사람들 왜그런가 했습니다. (그렇게 잘하고, 잘그리는데, 잘난척하는 사람 한사람도 못봤습니다. 다들 겸손하더군요. 절대고수 앞에서의 예의랄까~) 그리고 그 후에 후회를 해도 하자 이런 결심을하면서, 그린 도면 형님께 보여드리고, 검토도 받고, 꾸지람도 많이 듣고, 자존심을 버리니 후련하더군요. 자존심 이거 아무런 도움도 안됩니다. 적어도 배움에 있어서 자존심이란 저에게 있어서는 독이었습니다.
배움에는 때가 있거늘, 사실 전 많이 늦게 시작했습니다.
2014년 42살에 예비시험합격, 본시험전과목불합격, 그리고 2015올해 전과목합격. (30대네 공부하시는 분들 보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가 저나이엔 뭐했나 싶습니다. 사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이 자격증의 절실함이 없었습니다.)
교수이자 스님이신 혜민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언가를 새로 뱁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창피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모르느냐고, 무시도 당하고 잘 안되는 자기가 싫어지기도 하고. 그과정이 싫으면, 평생 운동도 외국어도 악기도 일도 배울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7월 말에 경에 저에게 경사가 있었습니다. 늦둥이가 태어난거죠. 경사지만, 시험을 준비 중인 저에게는 너무나 개인적으로 큰 부담이었습니다. (막내만난 1주일은 병원에서 살다시피, 당연히 도면한장 계획한개 못해보고) 차마 와이프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 태명을 "합격"이로 정했습니다. ㅎㅎ 우리 막내는 그래서 태명이 2개네요. (합격이와 꽃님이...음...근데, 딸인줄 알았는데 아들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2달이 지난, 오늘 11월 6일 새벽까지. 천년을 기다린 하루가 아니라. 하루가 천년 같은 60여일의 시간. 1교시 문제 오류와 3교시 문제 오류. 그리고, 2교시에서 위기의 순간들에 눈찔금 감고 포기해야 했던 부분들... 하나하나 까지 생생이 머리속에 맴돌면서, 합격자 명단을 화면을 내려보면서,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하는 조바심, 긴장감. 발표 1주일 동안은 정말이지 극한의 고통, 그자체더군요.. 차분히 기다려라 하는데, 정말 말이 쉽지 절대 그렇게 못하겠더군요. 같이 공부했던 짝궁한테, 수원이형한테, 아는 지인분들에게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가, 못보네기를 수십번. 감내하자 기다림의 열매는 달거야.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내일일거야 중얼거리면서, 여기저기 시험오류관련 글들보면서, 화도 내보고, 분노도 하고, 공감도 하고, 정말이지 천년같은 하루, 하루가 지났네요.
저와 함께, 긴 시간 같이 고민하고, 의견 나누면서, 어렵고, 외로운 길의 길동무가 되어준 제 짝궁도 같이 동반합격을 하여서 너무나 감사한 하루입니다.
이제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 놓고 싶은데, 정말 기분좋고, 날아 갈것 같은데, 참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간사한가 봅니다. 맘한편이 무겁고 뒤끝이 있는 것은 어쩔수 없네요. 이번 시험오류로 피해보시고, 마음에 처 입으신 분들 모두 끝까지 포기 하지 마시고, 다들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말로, 글로 다 표현 못하지만, 1년 가까이 진짜 친형님 보다 더 지금껏 알았던 어떤 스승보다 더 지식의 가르침이 아니라, 지혜의 가르침으로 못난 미생의 제자들을 다독이고, 이끌어 주신 김수원 형님에게 그리고, 생업을 포기하고 공부하는 저를 위해 정말이지 싫은 소리, 내색 한번 없이 내조 해준 사랑하는 나의 소울메이트 와이프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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