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예비시험 준비시작 2018년 예비사 합격. 연이어 본시험 응시, 3과목 전체탈락 2019년 3교시 합격 (1교시 면적실수 및 미완도 탈락, 2교시 바위 위로 클러스터 배치, 탈락) 2020년 1회차 2교시 합격 (1교시 분석조닝 직각주차로 9점), 2회차 1교시 합격(배치 42.5, 분석 27)으로 최종합격.
저와 같은 경우가 아마도 다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눈물 나는 사연도, 7전 8기와 같은 불굴의 의지도, 그렇다고 한방에 3교시를 다 붙어 버리는 특별히 뛰어난 두뇌도 없는(한방에 3과목 다 되시는 분들은 머리가 굉장히 좋은 분들이고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그냥 실무 잘 모르는 건설사 다니는 40대 회사원입니다.
화려한 합격수기에 가려져, 혹은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러나 합격자 저변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보통의 경우를 대변할 필요도 있겠다 싶어 합격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2018년 예비시험에 합격한 뒤 바로 본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예비사는 한솔, 본 시험 준비도 한솔(본원)에서 했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고 집에서 가까워서 선택했습니다. 한솔진골입니다..
학원에서 첫 제도판을 잡았을 때, (학부시절 이후 20년 만) 당시 임덕종 강사님께서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웬만하면 오른손이 낫다고 하신 말씀을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니까, 그냥 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이었습니다.
학원에서 많은 강사님들을 만났습니다. 4번의 본 시험을 치루는 동안 한번만 만나고 더 이상 뵙지 못한 강사님은 3교시 오호영 강사님 한 분 입니다. 2회차 시험에 바로 3교시를 붙여주셨기 때문에 더 이상 뵐 일이 없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강사님이 하신 말처럼 단면을 한 박스를 그리지는 못했습니다. 3교시 합격 후 다 버려서 셀 순 없지만 단면은 100~130장 정도 그린 것 같습니다.
각자 여러 가지 공부의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그냥 계속 학원을 다녔습니다. 애가 둘이라 주말에 혼자서 공부할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집에 있으면 놀고 싶어지니까 학원에 갔습니다. 학원에 가면 여러 사람들 도면도 여기저기서 보고 자극도 받으면서, 내 도면의 허접한 부분도 수정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의 도면을 핸드폰으로 많이도 찍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학원과 같은 환경이 아니면 힘든 부분입니다. 당시 잘 그려진 손도면은 미학적 가치도 있다고 느끼면서 와~~~ 이건 감상용이야~! 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론 합격하자마자 현타가 오면서 미학적으로 느끼던 감정이 사라졌고 오히려 가로줄 그어져 있는 납작한 글자들이 징그럽게 보여지면서 제가 그린 도면도 다 버리고 그 많던 사진도 지금은 다 지우고 없습니다.
주 학습은 학원에서 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시험이 학원만 다니면 다 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공부량이 적으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시험이 맞습니다. 저 역시 주말 중 하루는 학원에 가고 주중은 매일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적게는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는 학원 숙제를 풀거나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잠은 저녁 9시에 애를 재우면서 거의 같이 잤습니다.
뒤돌아보니 학원에서 질문도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튀고 싶지 않아하는 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사람의 관성 때문인지, 질문도 하지 않고 그냥 강사님들의 정보만 계속해서 귀에 인풋으로 넣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또 많은 질문들이 내가 푼 이 방식은 안되는 것이냐? 라는 크리틱적 이야기들이 많았으므로 언제부터인가 그냥 수업만 듣고 숙제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헬스장에 가면 항상 있는 형이 있습니다. 운동은 꾸준히 하는 형인데 막상 샤워할 때 보면 배도 좀 나오고, 몸이 그렇게 좋지 않은.. 그래서 몸 좋은 아우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 그 형은 운동은 정말 꾸준히 하는데 몸은 별로야.. ㅋㅋㅋ 라고 하는 그런 형. 화려한 몸을 가진 아우들의 배경을 은은하게 깔아주는 헬스장의 꾸준한 형... 그 형이 바로 접니다. 그냥 꾸준히만 합니다. 식단 관리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술도 자주 먹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여지없이 혼자서 묵묵히 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학원에서 문제도 잘 틀리고(처음 보는 함정은 여지없이 걸려드는 스타일) 틀린 다음에 와, 아는 문제다~! 하면서 신나게 풀다가 또 틀리고, 면적계산 또 틀리고, 그러다 한 번씩 맞추기도 하고.. 그렇게 허술하지만 ‘학원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는’ 저만의 하한선만 지켰습니다. 학원은 빠지지 말고, 숙제도 전부 다 하자.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만(꾸준히) 해도 합격을 합니다.’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 합격의 하한선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렇게 끝내면 너무 밋밋한 합격수기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무성의한 합격수기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또, 그동안 이 시험을 위해 갈아 넣은 저와 제 가족들의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밋밋하게 마무리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시험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한 가지 말씀만 드리려 합니다.
여러 합격생들의 많은 노하우가 있겠지만, 강사님들 이야기가 가장 정확합니다. 그게 생업이신 분들입니다. 의심 없이 그냥 따르시면 됩니다. 3교시는 오래 준비하지 않아서 드릴 말씀이 별로 없습니다. 저처럼 강사님들 말씀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1교시와 2교시는 제가 파악한, 나름의 합격 인디케이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공부를 꾸준히 하시다가, 하시다가, 계속 하시다가…..x N (각자의 여건에 따라) 어느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