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를 읽으며, '나도 곧 따서 수기 쓴다!' 이라는 믿음으로 이미지메이킹 했던 때를 떠올리며 글을 써봅니다.
아.. 엄청 힘들다던데 꼭 해야 할까?
2010년부터 해마다 습관처럼 예비사시험을 보러다니던 때입니다. 매일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던 때라 동창회 나간다는 기분으로 매년 홍대에 모였었죠.
에이 그래봐야 60점 받는 시험이 얼마나 어렵겠어? 더 나이 들어 설계를 그만두건 말건 마침표는 찍어야겠다!
2015년 예비사 합격은 따놓은 것처럼 자격시험 학원부터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죠. 핑계지만.. 여전한 현상/턴키의 스트레스는 시험에 쏟을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 가는 듯 했습니다.
예비사는 합격했지만, 시험 전 학원 과제를 한번도 완도 하지 못했던 저는 여지없이 낙방!! 심지어, 1교시 문제 오류로 17점을 추가점으로 주는 초유의 사태에도 1과목도 합격하지 못했죠.
해외파견을 핑계로 2년 정도 스킵하고 더 늦기 전에 해보자 라는 마음에 18년도 새로운 마음으로 한솔아카데미에 등록하게 됩니다. 한번 그래도 맛을 봤다는 핑계로 4월정도 부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무언가 동기도 부족하고 집중도 안됐습니다. 주말마다 열심히 빠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포기했지만 역시 과제를 수행 하기란 쉽지 않더군요.
1,2교시에 비해 공부할 것도 작도량도 많은 3교시가 마지막까지 불안했습니다. 손이 많이 느렸던 저는 막판에 3교시를 좀 더 집중적으로 작도연습을 했던 것 같네요. 2018년 시험은 1교시는 자신 있었고, 2교시는 애매했고 3교시는 단념했던 예상과 달리 3교시만 합격하게 됩니다.
매해 한교시씩 집중해서 공부해서 시험 보는 방식은 좋지 않습니다. 그해 시험의 성격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어떤 결과를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9년에는 아예 방법을 바꾸어 봅니다. 학원은 다니지 않고 집에서 작도할 수 있는 확실한 환경 세팅을 하고 기출문제에 집중했습니다. 솔직히 이전까지 기출문제는 등한시 하고 거의 풀어보지 않았던 제가 후회스러울 만큼 문제의 퀄리티도 높고 감탄하며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작도하는 시간이 조금은 즐겁고 기다려지기도 했네요.
7월 중순 정도부터 약 2.5개월 간은 몇 시에 퇴근을 하던 매일 3시간을 투자하며 문제를 하나씩 풀었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곤 하루도 빼지 않고 약 15년간의 기출문제를 두번씩 전부 풀고, 출퇴근시간엔 휴대폰으로 온라인 해설을 리뷰했습니다. 결과는 2교시만 고득점으로 합격했네요.
도로사선 등 개정법규 적용이 안된 1교시 문제푸는게 힘들어, 20년도에는 한솔 통신강의를 신청해, 마찬가지로 약3개월 동안 하루에 한문제씩 푸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험을 두번 준비하는 꼴이 되긴 했지만, 조금 더 철저히 리뷰할 수 있었고 다행히 최종합격에 다다랐습니다. 일부 스킵기간이 있지만, 예비사부터 근 10년에 가까운 긴 여정이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정말 실질적인 내용 몇 가지만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포기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건축사는 시간을 정말 많이 뺏기는 시험입니다. 친구들과의 만남, 가족과의 식사, 여름휴가, 회사업무 등 많은 것들을 6개월 이상 포기해야하고,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의 협조가 꼭 필요한 시험입니다.
"돌아 돌아 가장 빠른 길은 기출문제 입니다"
결국 모든 문제의 답은 기출문제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수업으로 어느 정도 기초가 갖추어져 있다면,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두번 세번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본 시험에 반드시 '이게 무슨 뜻이지?' 갸우뚱 하게 되는 한 두문장이 꼭 있었습니다. 기출문제의 지문분석을 반복할수록 그에 대한 정답은 점점 가까워 진 것 같습니다.
"반복학습이 가능한 나만의 작업 공간 세팅!"
마음잡기나 학원등록보다 오래 걸린 것은 나만의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0분단위로 작도해 나가는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퇴근 후 바로 최소 4시간 공부가 가능한 나만의 작업공간을 세팅하는 일이 3개월 이상은 걸렸던 것 같네요. 막상 자리에 앉으면 작도가 생각보다 재밌기 때문에, 습관만 생기면 생각보다 매일매일 한문제 이상씩 풀어나가는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상으로 길다면 길었던 합격여정의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시원한 합격과 밝은 미래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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