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어렸을 적부터 막연하게 꿈꾸던 목표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합격자 발표를 몇 번을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아 그날 하루는 종일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합격 수기를 쓰지만, 딱히 합격 수기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다. 왜냐면 객관적으로 볼 때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공부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주말 학원수업에만 집중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잘나서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기본기에만 충실했다고 말하고 싶다. 거창한 전략도 없었다. 전략이라고 해봤자 과제가 두 개인 과목에서 1과제를 먼저 풀지 2과제를 먼저 풀지를 정하는 정도밖에는 없었다. 기출문제 풀이도 학원 강사님들의 해설이나 홈페이지에 있는 동영상 정도만 듣고 어떤 지문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구나 정도만 머릿속에 집어넣고 중간중간 다시 되새기는 정도로만 공부를 했다. 오답노트 또한 만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만들면 잘 만들어 놓는 타입이지만 만들어놓고 잘 안보는 스타일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문제를 접해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오답 노트도 자기에게 맞는 사람들이나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얘기를 이어가자면 여기서 말하는 기본기란 100% 기술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지문과 현황도를 보고 출제자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느끼는 가장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기본기를 익히는데 있어 지문과 현황도의 해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였다. 항상 들고 다녔던 이론 노트에는 “지문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적어놓고 가슴에 새기고 그날의 공부를 시작했다.
첫째, 출제자들은 항상 지문에 힌트를 준다. 그것을 찾아내고 ‘이 지문은 무엇을 요구하는 내용이구나’를 파악한 뒤 여러 지문의 해석을 종합하여 출제자의 의도를 유추하는 연습을 하였다. 그러므로 여러 유형의 문제들을 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출제자들은 모범답안을 만들어놓고 지문을 작성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풀이 시 작도까지 완성하며 풀지는 않더라도 내가 한 계획안과 답안이 어떤 부분이 다른지 왜 이런 조건에서 지문의 문구를 이렇게 썼는지를 파악한다면 학습 후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현황도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에 출제자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문과 마찬가지로 현황도에도 힌트를 주는 것이다. 그 힌트들이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할지라고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실마리를 줄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셋째, 죽어도 완도는 하고 나오자. 완도를 못하면 채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잘하고 작도를 잘했어도 미완성 도면은 가차 없이 채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낮은 점수 군의 도면에 포함될 것이다. 물론 완도의 기준은 조금씩은 다를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문제의 큰 줄기나 출제자의 관점에서 출제자가 의도하는 부분은 다 표현이 되어 있어야 완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원에서는 완도를 못하더라도 채점은 해주지만 시험은 그렇지 않으니 연습은 실전처럼 하고 실전은 연습처럼 한다면 가능하리라 본다. 완도 하는 습관을 들이자.
넷째, 포기하지 말자. 저 또한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을 떠올리면서 항상 건축사가 되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게 많은 힘이 된다. 매년 합격자 발표 때마다 주변에서 들리는 지인들의 합격 소식에 나만 늦은 것 같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저런 미래의 제 모습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운이 났다.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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