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준비는 2019년이었습니다. 연초에 고향 다녀오던 길에 아내에게 “건축사 예비시험이 올해 종료라던데 시험만 봐볼까?”라고 얘기하면서 시작되었죠, 회사는 희망퇴직을 수시로 받고 있었고, 소속되어 있던 현장도 종료되어 가고 있다 보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당장 예비시험 책을 사서 독학하며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4개월 열심히 준비했고, 막판에 건축법규가 너무 외워지지 않아 한솔 통신강좌 법규부분만 한달간 따로 수강하였습니다. 예비시험은 다행히 합격하였고, 이때가 19년 건축사 시험일이 3개월정도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설계 업무를 직접 해본 것도 아니고, 도면만 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첫시험 목표를 낮게 잡았습니다. ‘올해엔 2과목만 시험 보자’ 해서 한솔 아카데미 통신강좌를 신청했고, 1교시, 2교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3교시까지 준비하기엔 시간도 부족했고, 단면을 그리는게 너무 어려워 보였습니다.
퇴근 후엔 사무실에서 도면을 한 장씩 그려가며 감을 익혔고, 집에 와서는 그렸던 도면에 대한 동영상 강좌를 시청했습니다. 1,2교시 도면 작도는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저는 도면작도가 처음이다 보니 어렵다고 느껴졌고, 가능하면 모든 문제를 완도 하며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좀 후회가 남습니다. 사실 3교시에 비하면 1,2교시 작도가 쉬운 편이고, 어느정도 수준만 되면 1,2교시 작도시간을 아껴 좀 더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1교시 배치문제나 2교시 평면문제는 도면 작도 퀄리티보다 지문조건에 맞게 계획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좌우되는 시험이니까요. 극단적으로, 2교시 평면설계 합격자분 중에, 계획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프리핸드로 작도해서 합격하신 분도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2019년 시험결과는 1교시 합격, 2교시 탈락. 2교시 불합격 원인은 한가지 입니다. ‘지문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학원 교수님들께서도 항상 강조하시는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문을 충실히 살펴라”입니다.
시험문제에서 답은 당연히 지문에 있는 것인데, 제 경우, 문제를 풀다 보면 자기관성이 생겨서 지문을 건너뛰거나, 간과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통신강좌의 강의내용은 너무 훌륭하고 좋았지만, 혼자 공부 하다 보니 이러한 부분을 직접 지적 받은 경험이 없었고, 지문을 놓쳤다는 걸 나중에 알아도 ‘다음 문제엔 안 놓치면 되지, 이건 실수야.’ 하면서 간과하며 지나갔던 게 후회됩니다.
어쨌든, 11월에 시험결과를 듣고, 12월부터 다음해 시험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당장 한솔아카데미 학원 등록부터 했습니다. 학원교수님들을 통한 현장감 있는 강의, 주변동료들과의 비교 등등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3교시 단면설계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어찌 접근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우선 학원 교수님께서 얘기하신대로 베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단면문제를 풀었습니다. 4~5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걸 2시간에 그리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이후로 퇴근 후에 사무실에서 단면 1장씩 매일 그렸습니다. 건설회사다 보니 회식이 종종 있는데, 그런 날만 못 그렸습니다. 그래도 주중에 3~4장은 그렸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학원숙제도 했구요. 그렇게 20년도 학원 단면 문제와 19년 통신강좌 단면문제는 2~3번씩 풀어봤습니다. 기출문제도 3번씩 풀었습니다. 오호영 교수님 말씀대로, 3교시는 많이 풀면 풀수록 실력도 올라가는게 눈에 보이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많이 풀어보십시오.
한가지 덧붙이자면, 제 경우, 개략 단면 스케치 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생략했습니다. 그러니 15분정도 시간이 더 생겨 단면 작도에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시험문제인 평면을 보고 단면을 작도해야 누락되는 부분이 없는데, 개략 단면 스케치를 보고 그리다가 정작 평면에 있는 요소를 누락하는 일이 왕왕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개략단면 스케치를 생략하니 작도시간이 짧아졌죠. 다만 스케치 생략은 어느정도 숙련된 분들 에게만 추천 드립니다. 평면을 보고 전체 단면의 아웃라인이 안 그려지는 분들은 스케치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체 단면 아웃라인이 잘못되면 점수가 크게 깎이니까요.
구조문제는 공부효율이 좋은 과목입니다. 적은 시간 투입해도 점수 따기 좋지만, 너무 소홀히 하면 시험시간에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쉽다고 소홀히 하지 마시고 꾸준히 트레이닝 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저는 19년도 통신강좌문제/학원문제, 20년도 학원 구조문제, 기출문제를 각각 3번씩 풀어 보았습니다. 구조 문제는 작도없이 트레이싱지에 계획만 하면서 시간을 절약했고, 문제가 많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구조 문제는 개략적인 부재 배치계획이다 보니, 답안이 여러 형태로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모범답안과 다르더라도 자기만의 구조 논리로 배치하게 되면 일정점수 이상은 획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저만의 부재배치 기준을 만들고자 했고, 애매모호한 부분은 평일 저녁에 학원방문하여 이춘호 교수님께 질문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교시 평면설계는 초기에 많이 헤맸던 과목입니다. 답안의 편차가 심했습니다. 어떤 문제는 잘 풀고, 어떤 문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풀고…
그런데 많이 풀다 보니 지문이 뜻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대략 감이 잡히더군요, 답안과 지문을 비교해 보면 한문장, 한문장이 모두 힌트였습니다. 그리고 신명숙 교수님의 문제풀이 프로세스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계획시간을 다 쓰고도 작도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한단계 한단계 프로세스대로 문제 푸는 훈련을 하다 보니 문제별 답안 작성 수준이 점차 올라오고, 답안별 편차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하여 2020 시험결과는 2교시 73점, 3교시 90.5점으로 최종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합격에 큰 도움을 준 우리 한솔아카데미 교수님들. 직원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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