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시험 응시 6년동안 저의 건축사랑초심과 대한민국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 건축사시험을 처음 치고 2020년에 붙었습니다. 공부를 아무리 많이 열심히 해도 하늘의 때라는 것(운)과 내려놓기, 나이가 좀 있으면 체력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건축석사와 한국공업디자인학사를 보유하고, 미국거주 15년 동안 미국계 건축과 인테리어 회사들에 재직하면서 한 프로젝트들은 고층 호텔들이었으며 2009년 귀국 후 한국회사 경험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관련 된 고층 주상복합 프로젝트였던 저의 건축사시험 공부체험수기는 대부분의 수험생분들의 시험준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2017년 김광수 부원장님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시험공부방법과 내용은 학원에서 각 교수님들이 알려주시는 대로 하다 보면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서서히 나타난다고 보여집니다. 다른 사람들 비법을 이것 저것 많이 따라해 봤는데, 도리어 시간 낭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답정리노트도 2020년 빼고 매년 만들었었는데, 글쎄요, 저에게는 그것이 도리어 막대한 시간 낭비였던 것 같습니다. 이미 한국건축경력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오답노트는 실수를 막아주는 역할이겠지만, 저는 한국의 소규모 건축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했기에 기본을 다지는게 더 필요했다고 보여집니다.
2015년: 첫 시험, 3과목 모두 떨어짐. 실패이유: 당연한 결과. 한국 소규모 건축 실무 경험 전무후무한 상태. 건축사시험 접수마감일부터 공부 시작. 서울양재본점 근처에서 고시원 생활하면서 시험준비. 3교시는 손 떨리고 체력 딸려서 문제 읽기도 귀찮았음. 아! 치수가 이상했던 1교시.
2016년: 시험포기. 실패이유: 잦은 야근으로 수업시간이 취침시간 됨. 학원등록 취소하고 시험포기.
2017년: 2교시만 합격 (66점). 실패이유: 자만심. (마음속으로 1교시 1등을 노림. 혹시,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운 나쁜 시험날 에피소드 주인공 됨: 학교는 제대로 찾아갔는데, 남의 수험 자리에 앉아 있다가 1교시 시험관이 내가 앉은 자리의 수험생 사진이 남자라고 알려 줌. 내 수험 종이가 책상 위 수험번호 옆에 계속 나란히 있었는데, 그게 똑 같은 번호로 보였고 그 자리 수험생이 1교시 시험에 안 옴. (이런 일도 일어납니다.) 간신히 1교시 시험 시작 종 울림과 동시에 다른 교실의 제자리를 찾아가서 앉았으나 눈물이 앞을 가려 떡을 친 1교시 (26점). 가장 공부가 부족했다고 생각한 2교시는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시험 봄 (66점). 2015년 3교시 체력 떨어진 걸 감안한 단백질 보충을 비프저키(beef jerky) 먹었는데, 급체로 시험 친 내용이 기억이 안 남. (44점)
2018년 & 2019년: 1교시와 3교시 모두 떨어짐. 실패이유: 초조함과 자만심. 커피 카페인 과다복용 부작용으로 정신이 더 없었음. -2018년: 전국모의고사 1교시 우수 답안지 중 하나였음. (개자만심 충만) 1교시 57점으로 떨어져서 정중한 이의신청서 제출하고 3줄(?)의 매우 담백한 답장 받고는 울화병 생김. -2019년: 3교시를 56점으로 떨어지고 시험 채점자 불평하는데 한 진실한 친구가 말해 줌. “뭐 였든 간에 너가 그 2% 실력이 부족한 거였겠지.” 이때부터 나의 부족함이 뭔지를 스스로 자문을 해 보기 시작하였고, 저의 부족함이 단순히 공부내용이나 노력량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었음.
2020년: 1교시 (64점), 3교시 (70.5) 최종합격 합격이유: 마음을 내려 놓음. 개인사업 2년차로 삶의 다양한 맛을 보던 중. 2015. 2017. 2018. 2019는 생업을 포기하고 학원 근처 고시원에 기거하며 몇 달씩 학원을 매일 나갔었으나 올해는 생업에 집중하면서 시험 1달전부터 시험준비 함. 시험 2주 전부터 지난 6년 동안 모아뒀던 학원문제들과 책들, 과년도 A3 문제지들과 답안지들을 1장당 1~2초 정도 보고 즉시 버림. 시험전날까지도 못 보고 남은 것은 모두 뭉텅이로 재활용 박스에 넣어 버림. 사실, 더 이상 뭘 공부를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음. 2교시 시험시간동안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고, 3교시 체력유지위해 단백질 쉐이크 섭취.
제가 건축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느꼈던 그 희망과 기쁨을 이번 건축사시험 합격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한솔아카데미에 계신 거의 모든 교수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성함을 올려 감사를 드리는 대신, 한솔 관계자 분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몇 년 동안 같이 학원을 다니고 같이 시험을 보며 우정과 슬픔과 기쁨을 나눈 동료 수험생분들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혼자서는 6년을 못 버텼을 것 같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건축사님들 모두 즐겁고 행복하고 슬기로운 건축생활 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홧팅입니다!
저는 타라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윤주영타라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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