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9년 처음 치른 시험에서 한 과목 합격한 후, 두 번째 도전한 2020년 2회 시험에서 최종 합격하였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5년간 근무하였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7~8년을 살았습니다. 건축을 하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며 작업은 종종 하고 있었지만, 공부를 시작하면서 연필을 쥐고 제도판에 앉은 제 모습이 많이 낯설었습니다.
2019년, 7살 5살이 된 두 딸을 떼어내고 학원으로 향하던 첫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기 며칠 전부터 “엄마 없으니 아빠랑 잘 있어야 한다.” “둘이 사이좋게 놀고 있어라.” 등등 아직은 어리둥절해하는 딸들에게 당부의 말을 늘어놓았더니 학원가는 첫날은 엄마 잘 다녀오라는 인사로 쿨하게 보내주었습니다. 그 뒤로도 엄마 없는 일요일에 서운함을 살짝 내비치긴 했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노력한 아빠 덕분에 첫해 시험을 무난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빠지지 않고 학원 수업은 참석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저에게 있었습니다.
시험 한 달 전까지도 1교시 배치계획과 2교시 평면계획은 계획하는 데에 시간을 너무 써버려 작도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완도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1교시, 2교시가 그런 상황이니 3교시 단면계획은 아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9시간을 앉아 시험을 치르자니 체력적인 면도 부담스러웠고, 골조만 그리는데 3시간을 모두 써버린 상황이 되다 보니 3교시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수준이 아예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첫 시험은 1, 2교시만 치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안되는 과목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두 과목에 집중하면서 과년도와 학원에서 나오는 숙제를 빠지지 않고 풀었습니다. 연필에 손에 익고 속도가 좀 붙기는 했지만 결국 첫시험 1교시는 완도하지 못했고, 시험이라는 압박감에 그려냈던 2교시는 처음으로 시간 안에 해칭까지 마무리하는 기염을 토해내 76점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시험을 바로 접수해야 했지만, 2020년은 첫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로 입학하면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많다는 선배맘들의 조언에 3월에 치르는 1회 시험은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로 2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서 대면수업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공부하던 리듬이 잃어버린 상황에서 1교시 분석내용은 머릿속에서 백지상태가 되었고, 내려놓았던 3교시는 시작하기가 막막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등록해 강의를 듣고 받은 문제를 풀긴 했지만, 집에서는 오로지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시험이 두 달 남은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1교시는 풀면 풀수록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모범답안과는 점점 멀어져갔고, 3교시는 계속 그려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 막연했습니다. 시험 한달 전 2회시험대비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1교시는 건물배치가 큰 방향에서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해 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3교시는 풀이에 대한 채점표를 보고 저 나름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3교시는 일단 골조의 틀은 맞아야겠지만 지문에서 요구했던 것들이 하나 하나 배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누락하지 않고 그릴 수 있도록 그려 넣어야 할 것들을 빠짐없이 한번 기입해 본 후 작도에 들어갔습니다. 시간 안에 도면을 빽빽하게 채워서 그릴 자신이 없었기에 재료표현을 꽉 채워 쓰기보다 시간이 부족해 입면 표현에서 한 두 개 누락 되더라도 루버표현, 전동스크린, 방화 셔터 등 지문에서 요구했던 내용이 누락되면 감점이 더 커진다는 걸 알고 우선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험에서도 꽉 채워진 만족스러운 답안을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감점 사항을 피해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원에 가고 공부하는 시간이 육아를 하면서 가질 수 없었던 혼자만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이제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주변에 육아로 자신을 잠시 잊고 살고 있는 분들에게 공부가 나름 기분 전환이 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조금 도와줄 상황이 된다면 애들이 좀 커서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시기가 지났을 때 느즈막이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어려운 시험 쳐야해서 걱정이야.” 했더니 “엄마 그림 잘 그리잖아.”하며 용기 줬던 큰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돌아보니 공부가 제일 쉬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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