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예비시험에 합격하고, 그해 6월 중순부터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원을 다닐지, 혼자공부할지 고민하다 결국 첫 시험은 혼자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불과 3개월 남짓 시간동안 회사업무와 병행하며 학원 스케쥴을 따라가기가 어려울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 2014년 공부 준비
나는 일단 2001년부터 2013년까지 기출문제와 학원에서 제공하는 모범답안을 모두 출력해서 제본했다. 12년치의 기출문제와 모범답안의 양은 생각보다 꽤 많았고 과연 이걸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하지만 처음 결심한데로 우선 혼자서 해보는데 까지 해보고 나름 이시험의 맛을 느껴보기로 했다.
2. 2014년 공부 초기
건축사시험문제 구성이 어떤지도 몰랐던 나는, 나름 작도(제도)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3교시를 중심으로 학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면 한 장 그리는데 5~6시간 걸리고, 선두께, 글씨 모두 문제였다. 학원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모범단면을 보면서 최대한 뭔가 있어보이는(?) 도면, 꽉차보이는 도면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 그려보고(시간체크필수) 완성 후 모범단면과 비교하면서 부족한 점을 빨간펜으로 스스로 체크하였다. 완성한 도면은 날짜별로 차곡차곡 모아두고 시간 날 때 마다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복습하였다.
시험공부를 시작하고 2,3주가 지나면서 3교시 단면과제의 패턴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2,3 교시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퇴근 후 와이프와 함께 3살,4살 아이들 보살피고 시작하는 공부는 늘 한계가 있었고 10시가 넘어서야 공부시작을 할 수 있었고, 1~2시 까지 도면과 씨름을 하였다. 당연히 시간이 부족했고, 늘 피곤한 생활이었다. 퇴근 후 공부는 3교시로 정해 놓았다. 피곤한 상태에서 계획을 해야 하는 1,2교시는 아무래도 집중도 안 되고,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비교적 별생각없이(?) 작도만 하면 되는 3교시를 퇴근 후 집에서 하는 걸로 정해놓았다.
1,2 교시 중 무얼 먼저 할까 고민하다가, 작도량이 비교적 적은 1교시를 시작으로 회사에서 틈틈이 기출문제를 책상위에 놓고 일을 하면서 틈틈히 공부(프리핸드로 계획)를 해나갔다. 초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모범답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거의 모든 년도 기출문제의 정답을 맞추지 못한것 같다. 회사에서 프리핸드로 스케치한 1교시 배치계획은, 3교시 작도가 하기 싫은 날(특히 야근하고 피곤한날) 집에 가서 제도판에서 시험 보듯이 그렸다. 1교시도 3교시와 마찬가지로 완성 후 학원모범답안과 비교하면서 부족한 점을 빨간펜으로 스스로 체크 하고 차곡차곡 날짜별로 모아두고 복습하였다. 1교시는 회사에서 3교시는 집에서 하는 패턴이 어느 정도 반복이 되자 1,3교시의 패턴과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그렇게 7월 말이 되어가고 곧 8월이 가까워 오게 되었다. 이제 손도 못데던 2교시가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3. 2014년 공부 중기
6월 중순부터 시작한 1,3교시공부가 7월말이 되니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3교시는 작도시간이 부족했고, 1교시 배치는 모범답안을 맞추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끝내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답을 보고서야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했던 나쁜 습관을 반복 하는게 아닌가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수학을 잘하는 혹자는 절대 답을 먼저 보지 말라고 했던가~~)
2교시도 역시 회사에서 짬짬이 프리핸드로 계획하고, 집에서 작도하는 패턴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이쯤 되니 공부패턴도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과목별로 핵심 포인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2교시도 모범답안을 맞추지 못하였다. (한 60% 정도 맞춤) 실크기, 그리드 간격, 창문 도어는 어디까지 그려야 되는지 등등 궁금한게 많았지만 결국 궁금증은 학원 모범답안과 기출해설을 비교해가면서 해결했다. 8월 말쯤 되자 1,2,3교시 기출문제를 어느 정도 공부 할 수가 있게 되었다. 1,2교시는 2007-2013년 기출 2번정도 반복, 3교시는 2008-2013년 5~6번 반복풀이를 했던거 같다.
4. 공부 말기
9월 들어서면서 건축사시험에 대한 전체적인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면(작도 시간, 도면의 완성도등)이 많았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공부법은 더 혼란스러울거라 생각하고 그동안 공부했던 기출문제, 작도했던 도면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시험 볼 때까지 반복해서(새로운 대안 검토포함) 문제를 풀었다. 2014년 시험 결과는 2,3교시 합격, 1교시 불합격이었다. 1교시 배치는 잘했는데 분석조닝에서의 실수(건물 폭10m 제한에 대한 과도한 주관적 해석)가 불합격의 원인이었다.
5. 2015년 1교시 재도전
2015년 들어서는 1교시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나름의 압박감이 생겼다. 일찍 공부를 시작 하려고 했지만, 바쁜 회사 일에 쫓기다 결국 7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올해는 승부를 내야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학습보다는 한솔학원 통신강좌 1교시를 신청하여 7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통신강좌를 들으며, 학원의 연습문제, 팁 등 혼자 공부할 때 모르던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통신강좌 학원문제는 한번씩 모두 풀어보고 부족하다 싶은 것은 좀더 풀어보았다.
올해도 작년처럼 1교시 배치, 주차는 잘했는데, 분석에서 문화재사선(+7.5m적용)을 빼먹는 엄청난 삽질(실수)을 하여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7점 추가점수 없이도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다.
6. 건축사시험 공부에 대한 나의 생각
이 시험은 절대 필요공부시간, 필요 공부양을 충족해야 한다는 대 전제 하에, 꾸준한 공부습관과 철저한 자기 분석(도면 완성도, 계획방법, 프로세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험 자료, 각 교시별 노하우는 이미 우리주변에 많다. 인터넷 카페, 학원 등 조금만 살펴보면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사실 2014년에 내가 혼자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주변의 자료 특히 학원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 동영상 해설, 모범 정답, 카페 자료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니 혼자 힘으로 공부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에 남은 1교시를 학원 통신강좌를 통해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변의 이러한 좋은 자료, 도구들을 활용하되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보지 않고도 프리핸드로 막힘없이 기출문제 답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답을 외우라는 것이 아니라, 답 속에 녹아들어있는 요소요소들이 몸에 배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은 건축사시험문제는 아무리 꼬아도 건축개론과 각론에 나오는 매우 기본적인 요소들이 녹아들어 가있기 때문이다.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합격했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당일의 컨디션, 순간의 판단이 당락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요소들 뒤에는 시험에 대한 절실함과 진지한 노력과 탄탄한 기본이 뒷받침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건축사시험과 싸우고 있는 모든 건축인들의 화이팅을 기원하며, 끝으로 시험 준비하는 기간 동안 고생한 아내와 4, 5살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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