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시험을 치시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는 저도 다른 분들처럼 욕심이 있었습니다. 첫 시험 때는 무조건 끝낸다는 각오로 공부했고, 적어도 두 번째 시험에서는 합격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시험에서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공부한 기간으로 보면 첫 시험에 3개월, 두 번째 시험에 한 달 반, 세 번째 시험에 한 달. 이렇게 총 6개월 정도 직장을 그만 두고 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공부할 때는 하루에 3~5시간 정도 잤습니다. 실무에서 아무리 뛰어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5년 이상 준비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실무 경험이 없는데도 한 번에 합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건축사 시험을 합격하기 위한 공부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격의 길로 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제 경험을 겸손한 마음으로 공유하겠습니다.
사전 준비 김수원 선생님 강의를 듣고 제도판 철물을 떼었습니다. 제도판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어서 작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샤프는 0.5mm와 0.9mm 2개만 썼습니다. 0.5mm로 가선부터 단면선까지 강도 조절 통해 모든 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0.9mm는 글씨용입니다. 작도 연습은 일반 A3 용지를 사용했습니다. 시험장에서 쓰는 두툼한 A3 용지를 고집하지는 않았습니다. 통신강좌를 신청하면 문제와 답안 작성용지가 함께 배송되는데 그 용지가 시험장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합니다. 통신강좌 문제 외에 더 작도를 할 때는 그냥 일반 A3 용지로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레싱지는 롤 형태로 된 것이 있기는 한데 잘라내도 둥글게 말려서 작도 연습하기가 불편합니다. 그래서 트레싱지는 A3 크기로 되어 있는 걸로 따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 책걸상을 준비했습니다.
1교시는 문제푸는 순서 및 시간 배분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배치를 약 5분간 훑어보면서 어떤 문제를 냈는지 전체적으로 감을 잡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분석을 20분간 풀었습니다. 이 20분 동안 분석의 체감 난이도를 저울질하면서 제한선, 건축선 등을 표시하고 분석을 해결할 방향을 잡습니다. 그리고 다시 배치로 넘어가서 약 110분간 배치를 완도합니다. 배치 막판 해칭이나 수목 표현 등 사고를 요하지 않는 단순 작도 마무리 시간에 분석 문제에 대해 생각합니다. 분석을 어떻게 풀지 고민하면서 해칭과 수목을 그려나가며 배치를 완도합니다. 배치를 완전히 끝내고 나면 분석을 풀 시간이 45분이 남고, 분석을 마무리하면 1교시가 끝납니다. 이렇게 “배치5분-분석20분-배치110분-분석45분” 순으로 문제를 푸는데, 김수원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입니다. 다른 분들은 1교시 시작하자마자 1시간 동안 분석을 먼저 끝내놓고 배치로 넘어간다고 하지만 분석이 너무 어렵거나 반대로 너무 쉬울 경우 효율적인 시간 분배를 못하게 됩니다. 위 방법대로 시간 배분을 하면 처음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익숙해진 후에는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시간배분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서 1교시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2017년 시험 첫 해에는 내 방식대로 하다가 1교시 40점대로 실패했지만 위 방법을 쓰면서 1교시 점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2018년 8월 한솔 전국 모의고사 때는 88점으로 한솔 모의고사 응시자 781명 중에 1등을 했고, 1교시를 적게 뽑은 2018년도 본시험에서는 73점으로 1교시를 끝냈습니다.
2교시는 각론과 프로세스가 중요합니다. 2교시는 단과목이고 작도도 어렵지 않아 쉽게 봤는데, 2교시를 제일 마지막에 끝냈습니다. 프로세스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2019년 마지막 시험에서는 작도 직전까지 약 2시간까지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숙달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처음 문제를 받으면 5분간 천천히 정독한 후 다시 읽으면서 지문 옆에 각 조건들을 조그맣게 도식화해 두었는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지문을 다시 확인할 때 시간이 확실히 시간이 단축됩니다.(이것은 1교시도 동일하게 적용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약 20분 간 각 층의 수평 다이어그램을 그립니다. 수평 다이어그램을 근거로 수직 다이어그램을 약 20분간 그립니다. 다이어그램을 그릴 때는 지문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되 지문에 언급되지 않는 실들은 각론에 따라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코어와 관리자 영역은 딱히 말이 없어도 근접시켰고, 객실은 향이나 조망 위주로 먼저 배치해 두는 것 등입니다. 평면은 각론이 특히 중요한 과목입니다. 사무소, 노유자 시설, 숙박업소, 전시장 등등 다양한 용도의 각론을 두 세 번 읽어 두면 어떤 문제가 나와도 대응력이 생깁니다. 문제가 어려워도 각론에 맞게 그리면 한 두 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설득력이 생깁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의 과년도 4번 반복(약 55문제), 한솔 통신강좌(약 30문제)와 다른 학원 통신강좌(약 30문제)를 하나 더 신청해서 총 100문제정도를 풀었습니다. 과년도를 통해 정립한 프로세스를 통신강좌에 적용한다는 느낌으로 공부했습니다. 작도까지 끝낸 것은 15문제 정도이고, 주로 작도 직전 2시간의 계획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훈련을 했습니다. 하지만 작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닙니다. 2교시를 3년 간 준비했기 때문에 작도는 어려움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1시간 20분 만에 문제가 풀려서 작도에 들어갔습니다. 주어진 대지에 상징바위가 있었는데, 저는 그 위를 클러스터 하나로 덮었습니다. 시험 끝나고 모든 학원의 답 약 20개 정도를 확인했는데, 저와 비슷한 답안은 하나도 없었지만 결과는 77점. 오히려 학원 답과 비슷하게 푸신 분들 중에 저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각론을 반영한 계획과 넉넉한 작도 시간덕분에 답안에 설득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번 시험을 통해 학원 답은 상대적이라는 것과 작도 수준도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3교시는 시험 직전 2주간의 연습량이 중요합니다. 저는 3교시에 투자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단면은 20장쯤 그렸고, 구조 문제는 과년도로 해결했습니다. 시험 첫 해, 1교시와 2교시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나니 시험까지 2주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시험 2주를 남겨놓을 때까지 단면은 10장도 못 그렸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2주 동안 하루에 단면 한 장씩 완도하고, 구조는 시험 직전 일주일 동안 한솔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