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처음으로 건축사시험에 도전하여 2015년 여덟 번째 응시에서 최종합격을 이루어냈습니다. 문자 그대로 칠전팔기를 한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합격을 성취하지는 못했지만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타산지석으로 삼으시라고 본 수기를 씁니다.
2008년, 한솔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처음으로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는 순진한 마음으로 정말 무식하게 공부했습니다. 시험 준비기간동안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네시간이 채 안되도록 모든 것을 불태웠습니다. 한솔에서 교부된 전과목 모든 문제와 기출문제, 타사 문제까지 닥치는대로 풀고 그리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는 3교시 한과목 합격과 면역력 저하로 생긴 화폐상습진이라는 너무나 괴로운 병이었습니다. 2교시 56점, 1교시 54점이라는 점수가 너무나도 아쉽게만 느껴졌습니다. 다만, 엄청난 작도량에서 생긴 작도에 대한 자신감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고, 실제로 최종합격한 2015년까지 큰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 다음해인 2009년에는 시험을 마무리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또 다시 수험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으나 결과는 또 다시 불합격. 짧은 기간 내에 합격하리라는 목표는 무색해지고 2012년도 시험까지 계속 불합격이 이어졌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시험 앞에서 스스로 초라해지고 가족들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2013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5월 말 한솔 문제풀이반부터 등록하여 다시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예년과 달리 그저 무식하게만 문제풀이에 매달리지 않고 이 시험에 대한 정의정립과 그 동안의 실패원인을 찾고자 했습니다. 문제를 그저 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분석의 깊이를 더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과는 1교시 92.5점으로 고득점합격, 2,3교시는 불합격이었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었고, 환경이나 운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저 나 자신을 탓했고, ‘될 때까지 한다’라는 의지를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그렇게 다시 수험생활은 이어졌고, 2014년 한솔 전문반 등록, 3교시 64점으로 합격, 2015년 한솔 전문반 등록, 2교시 61점으로 합격하여 이 시험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8년간의 수험생활을 뒤돌아 볼 때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은 ‘자세가 전부다(Attitude is everything)’라는 격언입니다. 어떤 자세로 수험생활에 임하고, 어떤 자세로 선생님들의 말을 받아들이고, 어떤 자세로 시험에 임하는가? 그 자세란 결국 마음가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진지하지 못했고, 겸손하지 못했으며, 경청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활이 길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2교시만 남은 2015년, 프로세스 재정립을 위해 문제를 풀고난 후 그동안 사용했던 프로세스를 계속해서 수정해 나갔는데 시험에 임박해 최종 정립된 프로세스는 2008년 처음으로 접한 한솔교재의 프로세스와 같았습니다.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만약 겸손한 자세로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수험생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학원을 다닙니다. 학원을 단순히 문제를 받고, 풀고, 평가받는 곳이 아닌 나 자신보다 건축사시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을 만나서 도움 받는 곳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 분들은 적어도 10년 이상을 건축사시험만 연구하신 전문가 분들입니다. 수험생 자신이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계획적 능력이 좋아도 시험은 시험인 것입니다. 또한, 학원에서 기가막힌 작도실력을 뽐내는 옆 사람에게 주눅 들거나, 잘 못풀어서 엉터리 계획안을 선생님께 보여드리는 것이 창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수험생은 강의를 듣고 교정 받을 권리가 있는 고객인 것입니다. 잘 못해도 떳떳하고 즐겁게 학원을 다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겸손하게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그 과정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깨달음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것이 합격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수험생 분들이 학교와 직장생활을 합쳐 최소 10년 이상을 건축에 몸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건축적 마인드는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에 합격하는 수험생은 매우 드뭅니다.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며, 합격률도 낮습니다. 하지만 합격률이 10%라고 해서 내가 합격할 확률이 10%는 아닙니다. 내가 합격하면 합격률 100%인 것이고 내가 불합격하면 합격률 제로인 것입니다.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일 뿐입니다.
길었던 수험생활의 경험에 빗대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자세가 전부다’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합격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합격하길 원하신다면 자세(마음가짐)를 가다듬을 것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특히 겸손한 자세로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김주석 선생님, 임덕종 선생님, 김수원 선생님, 오호영 선생님, 이춘호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최고의 시설과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한솔아카데미 임직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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