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나에게도 남들처럼 건축사시험이라는 큰 관문을 거쳐야할 시기가 왔다. 두 아이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도 있었고 감이 떨어져 힘들거라고 생각하며 선뜻 결심을 못하던 중 큰 아이가 남들에게 이런말을 하는걸 들었다. ‘우리 엄마는 집짓는 사람이에요. 집짓는 일을 해요.’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내 아이에게 엄마가 꿈을 꾸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나에겐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잘 모를수록 도면을 잘 그려야 한다. 12월부터 9월 시험일까지 9개월이란 큰 그림만 그려놓고 일단 목표 2개를 잡았다. 5월까진 작도실력을 늘리기 위해 ‘몰라도 매일 무조건 그린다’ 와 ‘학원은 빠지지 않고 일요일은 최소 학원수업 시간만큼 복습한다’ 였다. 처음엔 뭘 그려야 할지 몰라 수업시간에 받은 모범답안을 보고 1가지 도면만 5번 이상씩 그렸다. 3교시 단면 기출 모범답안을 12월에 그렸을땐 5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6월 쯤엔 시간이 반으로 단축되었다. 많이 그리다 보니 내게 적합한 툴도 추려지고 또 부분적으로 프리핸드로 그리게 되면서 속도가 더 붙었다.
계획은 동선? - 동선의 중요성 7월쯤 되니 학원 수업과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과년도 기출문제들을 직접 풀어보게 되면서 슬럼프가 왔다.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 했던 자료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내가 공통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건 너무 기본적인 이론이었는데 바로 위계와 동선이었다. 시험지로 받아 계획을 하다 보면 중요한 것 이외에 다른 것에 꽃혀서 이상한 접근으로 헤멜 때가 꼭 있다. 1교시 배치- 건물, 외부공간의 위계+합리적 동선, 2교시 평면- 실,공간의 위계+합리적 동선, 3교시 단면- 평면 검토 과정에서 동선읽기가 결국은 중요했다고 생각된다. 나만의 문제접근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교수님들이 많이 말씀하시는데 나는 위계와 동선으로 정리해서 접근하는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99°C는 미완성 100°C가 되어야 물은 끓는다. 분석조닝은 정답이 있는 문제라 초반부터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틀렸던 문제를 답을 보고 이해했다 생각하고 다시 풀면 또 실수를 반복했다. 분명히 아는데도 작도를 하고나면 사소한 실수가 꼭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문제를 100% 실수없이 소화 할 때까지 다시 풀고 다시 그렸다. 그러다보니 7~8번을 푼 문제도 많았다. 중요한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고 실수를 줄이는게 실전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선택과 집중에 도움을 준 8월 전국 모의고사 전국 모의고사는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시험장 분위기도 미리 경험할 수 있고 부족한 것과 어느 것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게 해주었다. 8월 15일 이후의 약 2주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날은 실력자들이 정말 많이 온다. 부분 합격자 분들은 이미 수준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내 실력에 좌절할 수 있는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야한다. 처음 준비하는 분들은 전국 모의고사는 꼭 보시길 권한다.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길이 학원수업을 성실히 따라가다보니 보였다. 교수님들을 믿고 눈 딱 감고 9개월이란을 시간을 건축사시험에 쏟았다. 좋은 가르침을 주신 임덕종 교수님과 여러모로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애써주신 학원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힘들텐데 주말마다 아이들과 건강히 잘 지내준 남편에게 가장 고맙고 엄마의 꿈을 응원해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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