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수기가 합격다짐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했던 터라 부족한 글 솜씨지만 미래의 건축사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수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저는 고득점자도 아니고 장수생 이며 도면을 예술적으로 그리지도 못해 노하우라 할 것도 없지만 특히 여성 건축가로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며 도전할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이 사람도 합격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건축을 한다면 건축사 자격증은 당연히 따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었고 어떤 시험인지 제대로 몰랐던 터라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는데 제가 사무실에서 실무 하던 것과 너무 달라 처음에는 당황했었습니다. 아무리 수업을 들어도 계획하는 게 익숙해지지 않고 캐드로 쉽게 그리던 것들이 수작업을 하니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매일 같던 야근, 결혼으로 예상치 못한 각종 행사들… 몸과 마음이 지쳐 퇴직을 하고 두 달 정도 몸을 하얗게 불태우며 열심히 했지만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첫 시험은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해부터는 일과 병행하며 심기일전해서 3교시합격 그 다음에는 2교시합격 하지만 끝끝내 가장 열심히 했던 1교시 합격은 주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매년 최종 합격자 명단을 보며 좌절하곤 했습니다. 갑자기 바뀌었던 문제경향 탓도 해보고 일이 바빴다는 핑계도 대보고 집안일이 많음을 속상해 하기도 했지만 아마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분석 없이 열심히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실패로 이제껏 공부한 것이 아깝기는 해도 과목별합격 유효기간인 3년 안에 최종합격 하지 못한다면 그냥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운 좋게도 과목별합격 유효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바뀌어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덕분에 계속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임신도하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게 되었습니다. 임신 전엔 임신하면 공부하기 힘드니 그 전에 합격해야지 하며 최선을 다했고 임신했을 땐 힘든 몸으로 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육아 할 때 보다는 나을 거야 하며 최선을 다해 도전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는 어리기 때문에 지금은 주변 어른들 손을 빌려 도전 할 수 있지만 내년은 정말 힘들 거라 생각했고 간절함이 통했는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매해 간절했던 마음이 원동력이 되었고 포기하지 않았고 학원의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주었기에 오늘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겪어보니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할 수만 있다면 건축사를 결혼 전에 획득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결혼하고 자격증을 공부하니 제 뒷바라지 하는 사람이 2배로 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참 미안해지는 시험입니다. 2배 미안한 것보다는 1배 미안한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2배 미안해지는 만큼 간절함이 더 커져서 합격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핵심과 합격에 유효했던 방법이 있는데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공부하시면 다들 이것이 중요하다고 알고는 있는 내용이지만 많이 놓치고 있는 내용입니다.
제일 중요한건 완벽하게가 아니라 완도하기. 조닝을 제외하고 답은 없습니다. 완벽하게 하려고 시간 보내다 미완성 하는 것보다는 몇 개 누락되어도 완도 하는 것이 확률상 건축사에 가까워집니다.
1교시, 조닝은 실수가 관건, 배치는 국어실력이 합격을 좌우한다. 1교시 담당 유흥상 강사님도 강조하신 내용으로 공부하는 내내 와 닿았던 내용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정답이 있는 조닝은 점점 계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실수유발문제라 같은 문제를 실수하지 않을 때 까지 계속 풀어보고 분석하는 작업이 유효했습니다. 실수를 적게 만드는 계산방법을 몸에 익히셔야 합니다. 배치는 지문을 나만의 생각으로 재해석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출문제의 지문을 철저히 분석해서 시험용 언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도움 되었습니다.
2교시, 동선과 코어가 합격을 좌우한다. 실 개수가 맞는지 면적이 맞는지 문제보다는 합리적인 실 조닝과 합당한 위치에 코어를 두고 깔끔한 동선을 만들기 위해 코어와 동선 분석을 중점적으로 했던 것이 합격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3교시, 실무경험 여기서 뽐내자. 나만의 방법으로 풍부하게 그리자. 단시간에 많은걸 쏟아 내어야하는 과목이기에 시간 줄이기가 관건이었습니다. 남보다 더 풍성하게 채울 수 있어야 하기에 주요마감과 친환경 요소는 메뉴 얼처럼 외우고 단축한 시간에는 천장 채우기 디테일 그리기 노트추가하기 등 차별화를 두려고 했습니다.
건축사 시험은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는 시험입니다.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루지 못할 것도 없는 시험입니다. 갖가지 사정으로 도전을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끝까지 한다면 그리고 무조건 완도 한다면 저처럼 해낼 수 있는 시험이기도 합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질문이든 친절히 알려주신 학원 강사님들과 늦은 시간까지 수고해 주시던 학원 직원 분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용기주신 박대원 건축사님, 늘 아낌없이 저를 지지해주시는 시부모님과 부모님, 매년 여름휴가마다 함께 휴가 못 보내도 별소리 안 해준 남편, 엄마가 신경 많이 못써줘도 건강하게 잘 자라준 예쁜 딸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