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실습을 나와 이 일을 시작한지 올 해로 30년이 되는 해이다. 늘 그렇듯 고민만 하고 선 듯 용기가 나지 않아 생각에만 머무는 시험, 건축사 자격시험이다.
새로운 인연, 4년 전 지금의 사무실 건축사님을 만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나와는 세 살의 나이차가 있지만 살아가면서 이렇게 도움을 주고 공부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 없었다. 나는 늘 머리가 나쁘고 먹고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고 도망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건축사님께서 실장님은 “억울하지 않느냐고” 지금까지의 생활하면서 여러 건축사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제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가추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조언이 있었다. 그 조언과 격려로 처음 치른 1차 시험에서 불합격하고 작년 2017년 1차 이론을 턱걸이로 통과하고 이야기만 듣던 한솔본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사실 1차 이론도 한솔계열인 대우에서 준비했었다.
새로운 인연, 완벽대비반의 권성만 교수님, 박원영 교수님, 그리고 몇 분의 교수님과 같이 공부하게 될, 같이 시험을 치러야할 분들을 새로이 만났다. 만난 인연들은 언젠가는 어느 곳에서든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사는 터라 부담도 되고 조금은 이상한 기분으로 시작된 시험 준비였다.
나는 작도세대이다. 기능사도 작도로 시험을 봤고 사회생활도 트레싱지 작도에 청사진세대이다. 작도에는 자신 있다. 몸이 기억하고 손이 기억을 한다. 그리고 연필가루와 종이냄새에도 몸과 손이 기억을 한다. 종이의 두께, 종이의 결에 따라 선의 컨디션이 틀리고 연필심의 상태와 습도의 차이가 주는 컨디션이 도면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안다.
처음 만난 권성만 교수님은 흔히 야기하는 샤프함과 사용하는 언어에서 사실 기가 팍 죽었다. 대지 계획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짧았고 내가 인식하고 지금까지 생활했던 규모와 방식과는 다른, 시험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치룬 작년시험은 완전히 망쳤다. 올해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남아서 여쭙고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며 힘에 탄력을 받았다. 금년 시험에서 다른 분들도 당황하셨겠지만 상당히 당황한 상태에서 소 과제를 먼저 작성하다보니 배치계획에서 시간이 부족했다. 시험준비 중에서 교수님께서 답안을 무조건 완도 하라는 당부에 완도에 가깝께 답안을 제출한 결과 올해는 턱걸이하듯 좋은 결과를 받았다. 결과를 문자로만 인사드렸다.
박원영 교수님은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많이 적극적이신 것 같다고 느낀다.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건 수업 중에도, 끝나고도 일일이 질문에 답이 달리고 개선책을 주셨다. 톡으로도 시험 준비 중에 귀찮을 정도로 여쭤봤고 역시 개선책과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주셨다. 물론 작년 시험에는 근소한 점수 차로 떨어지고, 올해는 근소한 점수 차로 좋은 결과를 받았다. 역시 전화보다 톡으로 인사 드렸다.
3교시는 작년에 됐기에 시작한지 1차,2차를 3년 만에 마감하게 되는 셈이다.
지금은 시험이 끝났지만 준비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 준비기간이 농사철이기도 하다. 나는 농사도 조금 관리를 해야 했다. 토요일은 학원, 일요일은 격주로 논에서 밭에서 일을 해야 했고 논에서 일할 때는 꼬박 8시간을 해야 했음으로 많이 힘들었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새벽 2,3시까지 준비했다. 같은 문제를 적어도 두 번,세 번을 반복했고 반복해도 같은 답안은 하나도 없다. 계획의 시간, 작도의 시간에 따라 답안이 다르게 나오게 된다. 올해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신 분들 중에는 나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셔서 합격하신 분들도 계시고 아프게 되지 않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가슴 아프신 분들도 내년에는 좋은 결과를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새로운 인연, 한 번 만나 인연은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인연들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하고자하는 의지대로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지면을 통해서 권성만 교수님, 박원영 교수님과 학원의 교수님들, 그리고 스텝의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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