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가 불안할 때마다 합격후기를 읽으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후기를 쓰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안했었는데 이렇게 후기를 쓰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대학교 졸업한지 만 20년 만에 취득한 건축사.
조금 늦었지만 주경야독으로 졸업한 대학원생활 등 나름대로 지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건축사 시험을 준비해야겠다고 최초 생각한 것은 2007년으로 기억된다. 한솔아카데미 인터넷 강의로 문제지를 받았으나 거의 풀지 않고 나중에 버렸다. 다음해에 양재 한솔아카데미 학원에 등록을 하고 치렀던 시험에서 3교시만 합격을 했다. 하지만 삼진 아웃되어 다시 3과목을 봐야했고 그런 와중에 기사1급 자격증으로 소급 면제 했던 건축사 예비시험을 준비 해야만 했다. 건축기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쉬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예비시험을 통과하기까지는 3년 이상 걸렸다. 2014년에는 접수마감시간을 지난 후 알아 바보같이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 다음 해에 양재동 학원에는 마주치는 지인들이 많을 것 같아 집에서 가까운 신설동 학원으로 옮기고 나고 본 시험에서는 2교시만 부분합격을 했다. 16년, 17년에 시험보고 쉽다고 생각을 한 난 계속 낙방을 했고 시험 본 후 불안하다고 느낀 올해 시험은 이렇게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시험 준비를 한다고 방안에 쳐 박혀있었던 풀지 않았던 학원문제지 한 뭉치를 주말에 분리수거해 버릴 때 통쾌함 잊을 수 없다.
다음은 최종발표 날 전후로 적은 메모로 후기를 갈음한다.
<최종발표 3일 전>
우울하다는 말이 이런 거였나? 답답하면서 나오지도 않은 결과에 대해 걱정만 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특히 가족들에게-미안하기도 하면서 내 자신 스스로에게 너무나 화가 나 있다.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최종발표 1일 전>
11월 1일 목요일. 하루 전이다. 새벽에 동트는 것을 보면서 출근을 했다. 날씨는 일교차가 커 영상 2도였다. 내일 새벽엔 어떤 모습의 내가 있을까?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며칠 전 집에 도둑이 든 꿈을 꿔 네이버에 꿈해몽을 검색 해 봤지만그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어제 핸드폰에서 지난 꿈해몽이 나온 검색창을 지우려고 하다가 우연히 본 풀이글에서 길몽이라고 하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았나?
어제 집사람이 문뜩 결과가 나왔는지 물어본다. 제일 미안하게 생각하는 상대에게 듣는 물음에 결과가 아직 안나왔다고 짜증스런 대답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말하곤 바로 후회하는 내가 싫다.
내일은 건설사 친구들과 운동하는 날이다. 어떤 기분일까? 오늘 하루종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신하게 보내야겠다.
3일 후
아직도 믿기지 않고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합격이다. 만 10년 만이다. 2일 금요일 오전에 반신반의를 한 상황에서 국토부와 건축사협회 홈페이지를 찾아가 확인하려고 할 때의 그 쫄림.... 너무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첫 자동차 사고를 처리할 때 침착하게 대응하자고 했으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나중에 기억을 잘 못하듯이.
내 수험번호를 잘 못 눌러 다른 사람이 합격된 것을 본 것은 아닌지 의심에 또 의심을 하며 점수 확인을 하려고 이름과 수험번호를 눌러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 너무 기나 긴 시간으로 기억된다.
시험 당시 1교시 서툴렀던 작도와 3교시의 당혹스러움은 발표나기 전까지 나를 짜증스럽게 만들고 그 짜증스러움은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동안 나만 믿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준 가족 친지들과 좋은 강의와 격려를 해주신 임덕종 선생님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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