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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시험에서의 배치/평면계획은 일종의 다이어그램, 혹은 조직도를 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실무도면에 비해 구색이나 짜임새가 매우 간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평면계획은 외부공간과 진입동선, 전용/공용부, 코어의 조닝이 전부입니다. 그 다음으로, 빠른 시간 내에 대지형상과 면적, 모듈에 맞게 공간과 동선을 깔끔히 정돈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런 기술은 잔재주일 수도 있고 수준 높은 노하우일 수도 있지만, 많이 연습하다보면 느는 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멋있고 효율적인 평면일지라도, 앞서 말한 조닝이 어긋나면 절대 60점을 넘길 수 없습니다. 이 조닝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순수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건축사시험은 자신의 뛰어난 건축세계관을 뽐내는 시험이 절대 아닙니다. 건축사시험은 기본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구별하는 시험입니다. 누구나 그 기본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문제를 풀다보면 기본은 온데간데없고 자기합리화로 엉망이 된 트레싱지를 쉽게 보게 됩니다.
책상 위, 필통에만 형광펜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머릿속에도 10년, 20년 이상의 건축적 버릇과 취향으로 가득 차있는 지독한 색의 형광펜이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이 형광펜으로 별 이유도 없이 특정 위치에 어떤 형상을 그려버리는 순간, 그 위치와 형상은 절대 지울 수 없습니다. 이 '머릿속의 형광펜'을 버리는 것이 객관적이며 순수한 조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저는 실제로 문제를 풀 때, 특별한 이유 없이 머릿속에서 어떤 형태를 그리려는 낌새가 느껴지면, 즉시 고개를 가로젓거나 손사래를 치는 행동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좀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효과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조닝을 결정짓고 공간을 다듬을 때 완벽하려는 욕심을 버려야합니다. 소소한 면적이나 부수적인 조건을 맞추느라 공간을 틀거나, 동선을 꺾으면 누가 봐도 불편한 계획이 됩니다. 눈이 싫어하는 부분은 과감히 정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공간과 동선에서 자신감이 드러난다면 100% 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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