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예비시험 보고, 2017년 건축사자격시험 3과목 동시합격이라는 믿기지 않은 기쁨을 맛보았지만, 아직도 토요일이면 학원에 가야할 것만 같은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특별히 잘하지 못했기에 큰 기대 없었던 시험 결과에 너무도 놀라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랬기에 긴장감 없이 시험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력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1. 수업에 충실
학교 다닐 때 배운 내용들이고 그동안 실무를 해왔기에 크게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학원에 오니 모든 것이 다 새로웠습니다. 매주 원장님께 이건 내 길이 아닌 거 같다고 환불해 달라고 하면서도 한주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예비시험을 핑계로 수업만 겨우 들은 상황이었기에, 예비시험이 끝난 후 작도도 안되는 상태로 문제풀이과정에 접어들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면도 한 장을 완성하는데 7~8시간이 걸리다보니 작도가 너무 부담이 되고, 작도가 부담이 되니 평면 3시간동안 작도를 할 엄두가 안나 3시간 내내 계획만 하고, 배치도 지형만 나오면 못한다고 손도 안대고.. 자꾸 이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이런 것들이 습관이 되어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2016년 첫 시험은 그 동안의 나쁜 습관들의 집합체였습니다. 1교시 배치는 지형조정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남는 시간 내내 어찌할 바를 모르고, 2교시 평면은 시간내에 작도를 해야 한다는 부담에 계획을 다 정리하지 못한 체 작도하면서 계획하면서 우왕좌왕, 3교시 구조는 조급함에 도면작성 요령 등은 다 무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로 한 3년의 시간 중 아직 2년이 남았다는 생각에 2016년 12월부터 다시 수업을 들었습니다.
분명 같은 내용인데 수업시간에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내 귀에 들리는 것들이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수업 시간을 충분히 즐겼습니다. 물론 올해도 작도가 부담스럽기는 하였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완성이 목표였습니다. 안 풀리는 문제는 며칠이고 고민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각자 본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계획시간은 최대로 줄이고 (1시간30분~2시간 내에 계획이 되는 않는 문제는 바로 모범답안을 확인했습니다.) 마무리하는 연습이 되어야 시험장에서도 완도를 할 수 있을 거 같아 작도는 끝까지 시간을 들였습니다.
각 교시마다 선생님들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그리고 냉정한 평가가 아직도 겁나긴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문제를 다 파악하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등의 세심하고 애정 어린 조언들은 수업에 빠지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되고, 또 합격이라는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나의 문제점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나에게 맞는 최선의 길을 제시해주는 가장 큰 조력자는 분명 선생님들이십니다. 그러기에 수업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2. 한솔 TV 활용
처음 시험 준비를 하면서 참 답답했던 것이 문제풀이를 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엔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하면 됐는데 그 수업시간에 배운 걸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모르겠으니 문제를 풀 때마다 첫 시작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부터 고민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잘하는 사람들의 문제풀이 전 과정을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럴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한솔 TV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풀이 과정을 다 지켜볼 수 있어서 내가 문제를 풀 때마다 답답했던 것들이 매 회차를 지나면서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3. 지문읽기
2016년 첫 시험을 보고 나서 느낀 건 지문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늘 듣던 얘기였는데 시험을 보고나서야 그동안 난 그것을 제대로 안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문제풀이에 급급해 프로세스는 무시되고, 또 도면작성요령은 아무 생각 없이 눈으로 보기만 하고 넘어가고 심지어는 건너뛰기도 하였습니다.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에 맞는 도면을 작성해야 하는데 지금껏 내 마음대로 도면을 작성했다는걸 깨닫고 지문 읽는 순서를 조금 바꾸어 제목-과제개요-도면작성요령-설계조건 순서로 지문을 읽었습니다. 문제풀이에 조급해지기전 내가 해야 할 것으로 환기를 시키고 설계조건을 보니, 그동안 몇몇 지문에 꽂혀서 무시되기 일쑤였던 프로세스대로 문제를 풀 수 있었고 또 도면작성요령대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4.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기
처음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쩌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시작한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한 사람들과 같은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풀어가는 것 같아 보여 자꾸 위축되고 초라해졌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형제가 바람개비를 들고 함께 달리면 형이 훨씬 더 멀리 힘차게 달립니다. 그렇다고 동생이 형의 달리는 모습만 마냥 쳐다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도 제 힘껏 달리면서 그 순간 바람개비가 도는 모습을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든 짧든 우리의 목표는 바람개비를 돌리기만 하면 되기에..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자신을 응원했습니다. 내가 바람개비만 놓치지 않고 똑바로 붙잡고 있다면 언젠가 내 다리에 힘이 생기고, 내 호흡이 길어지면 바람개비가 돌아갈 것이라고..
뭐라고 써야하나 했는데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 시험이라는 것이 처음 시작한다고 해서 주눅들 일도, 오래 준비했다고 해서 초조해 할 일도 아니라 생각됩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꼭 합격할 것임을 알기에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값진 시간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정말 가족처럼 위로하고 격려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같이 준비한 광주 학원생들 비롯하여 일주일 내내 광주학원에서 학원생들을 위해 물심양면 애쓰신 강연구원장님, 매주 광주까지 오셔서 늦은 시간까지 고생 많으신 오호영선생님, 권성만선생님, 박원영선생님, 이춘호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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