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수 있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공부과정과 업무 이후의 부족한 공부시간은 난생 처음 해보는 자발적 경험이었다. 앞서서 이 과정을 수료하고 추억할 수 있는 선배들을 부러워하며 첫해에 끝내보겠다는 당당한(?) 다짐과 함께 주말반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한게 어느덧 4년전이니 그리 녹록한 시험인건 아닌 듯 싶다. 물론 첫해에 당당히 합격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거라 생각한다.
건축사시험의 첫해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무모함이 긴장을 덜어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면에서 부족한 수험생활이었다. 당연한 듯한 회사에서의 야근은 평일에 예습과 복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주지 못했고 주말에만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두달 전에 다니던 사무실을 그만두며 시험준비를 했지만 기본적인 작도량도 부족하고 전반적인 계획능력 또한 미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았지만 결과는 전과목 불합격. 한두과목은 턱걸이라도 붙지 않을까 했지만 자비롭지 않은 결과였다.
두 번째 해는 재취업으로 인해 첫해처럼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하기가 어려워 정기적인 학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시험은 보는게 좋을거 같아 몇일동안 계획위주의 프로세스만 급하게 찾아보고 시험장에 가게 되었다. 123교시 모두다 완도는 불가능했지만 1교시와 2교시는 대략적인 위치표현은 하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계획위주의 표현을 하고 나머지 3교시는 미완도면을 제출했다. 결과는 다행히도 1교시 합격! 첫해에 공부했던 것들이 손에 남아서 좋은 결과가 주어졌다 생각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기나긴 수험기간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준 도화선이 된 해로 느껴진다.
두과목만 준비하면 된다는 안도감은 세 번째 수험기간의 노력을 덜어주었다. 공부량이 많은 1교시가 해결이 되어 조금은 수월한 학업이었지만 너무 마음을 놓아서인지 지나치게 느슨했었던 기억이 난다. 첫해와 같이 매주 토요일에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평일에는 야근의 연속이었으므로 시험시간이 다가올수록 답답한 마음은 더해갔다. ‘그래. 올해 마무리 짓자!’ 3개월정도 남겨두고 다시 다니던 사무실을 나와 공부에 매진했다. 무모한 첫해보다 시험을 두 번 치뤄 봐서 인지 긴장감이 좀 더 컸던 거 같다. 결과는 3교시합격. 정말 아쉬웠지만 ‘올해도 한과목을 줄였구나’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어느새 4년째로 접어들어 더는 주말과 휴가를 복잡한 머리의 수험생 신분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취업 조건으로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시험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 할 수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다행히 여건이 좋은 사무실에 들어왔고 배려를 해주셔서 3년중에 가장 집중하며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2교시 한과목만 남은 상태라 머릿속이 가장 복잡했는데 그걸 비우려는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3개월 남은 시기부터는 업무 후에 사무실에 있는 제도판으로 한 두 문제를 꼭 풀고 가려고 노력했고 작도보다는 계획에 치중을 하는 공부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3일에 한번은 3시간동안 계획과 작도까지 작성을 한 답안을 만들었다. 결과는 최종합격! 뿌듯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2교시의 합격 판단기준이 다른 과목보다 가장 모호하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과목보다 잡다한 생각이 많이 들어 고생했지만 어느정도 큰 맥락만 맞다면 합격권이라는 선생님의 강의중 말씀을 신뢰하고 자신감있게 문제를 풀었던 점이 합격의 열쇠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참고 포기하지 않고 지켜주신 하나님, 이를 위해 밤낮없이 눈물로 기도해주신 부모님, 지루할 때 마다 응원해준 여동생 그리고 매제, 힘들지만 믿고 따라와 준 사랑하는 예쁜 예비신부 솔희, 여러모로 배려해주신 김현진 실장님과 사무실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새로운 삶을 그리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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