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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건축을 해오면서 건축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서른 후반에 결혼을 하게 되고 가정이 생기면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생기고 막연하게 건축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본적은 없었습니다.
결혼 후 이직한 사무실에서 40대 초반 젊은 소장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장님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건축사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예비시험을 치루고 싶은 마음에 한솔 학원 부천지점에 등록을 하여 공부했습니다. 외벌이로 직장생활을 하며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웠지만 사무실 퇴근 후 무작정 도서관에 가서 3~4시간 씩 공부를 하고 주말이면 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시간이 아까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며 틈나는 대로 책을 봤습니다. 처음엔 막연하게 시작했었지만 점차 즐기며 공부하게 되고 점점 재미도 있었습니다.
2012년 5월 첫 예비시험을 치루고 낙방했습니다. 후년을 기약하며 더욱 열심히 공부를 했고, 13년 5월에 예비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13년 건축사 자격시험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에 한솔 학원에서 문제풀이반을 등록하고 3달 정도 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운이 따라주어 한 과목이라도 붙으면 14년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전과목 낙방이었지만 시험장 분위기를 경험해본 것으로 만족했고, 14년에 두 과목을 통과하고 2년 이내에 건축사 시험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14년 건축사 시험준비를 시작하면서 매일 도면을 그리며 준비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바쁜 회사 일로 야근도 잦아지고 도면을 그려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대신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구상을 하고 주말이면 학원에서 도면을 그려보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여름휴가도 포기하고 시험준비에 전념했습니다. 일과 가정이 있는 상황이라 시험을 오래 보게 되면 건축사가 되기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서 1분 1초를 아꼈습니다. 14년 건축사 시험 당일, 초조하고 긴장되어 잠을 설쳤지만 여유있게 준비하여 시험장에 갔습니다. 시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지치지 않기 위해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차분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완도를 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점점 실수를 했던 부분도 생각이 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조마조마 했었습니다.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 아침, 혼자 조용히 핸드폰으로 결과를 검색했습니다. 한 과목 합격자, 두 과목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어서 낙심했습니다. 아내에게 전과목 불합격 사실을 전하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내도 기대가 있었는 지 전과목 불합격 사실을 믿지 못하고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하여 컴퓨터로 다시 합격자 명단을 찾아주었습니다. 다시 한 과목 합격자, 두 과목 합격자…… 이름을 찾을 수 없자 위로의 말을 건네며 어차피 15년을 목표로 했으니 지금처럼 노력하면 내년엔 이루지 않겠냐며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명단을 일일이 확인해봐도 믿고 싶지 않았는지 와이프가 합격자 명단에서 문자 검색을 하다가 “02727 오진수”를 발견하고 동명이인이 있었나보다며 명단을 보여주었습니다. 제 수험번호와 이름었습니다. 3과목 최종 합격자에 명단이 올라있었습니다. 3과목 합격, 믿지 못할 상황에 제 눈마저 의심을 할 정도였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싶어 다시 합격단을 열어 차분히 확인하고 발견한 “02727 오진수”.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한동안 기뻐하지도 못했었습니다.
합격자 발표 당일 학원 및 같이 시험을 준비한 동료분들에게 축하전화를 받으며 정말 합격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그제서야 건축사를 준비하는 3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축사 준비를 시작하느라 가정에 신경쓰지 못하는 동안 큰 아이 주경이를 돌보고 둘째 아이 야독이(태명)를 출산하고, 연년생 두 아이를 돌보며 직장일까지 시작한 아내가 생각이 났습니다. 가족의 희생으로 오로지 일과 시험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목표보다 빠르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건축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을 위해 미래를 설계해야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초보 수험생을 위해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한솔아카데미학원강사진 여러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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