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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험담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안녕하십니까? 안양에 조그만 건축사사무소에서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노경선입니다 . 합격수기가 저에겐 왠지 거창하게 다가와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올 한해를 잘~ 마무리 했다는 뿌듯함에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저의 경험담이 후배 수험생들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비슷한 입장에서 건축사 시험에 도전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참고 하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 됩니다. 아~~ 저런 사람도 건축사 합격의 영광을 안을 수 있구나!! 이런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난 2년의 과정을 일기처럼 써내려 가보려 합니다.
결혼/건강/주부로서 역할/ 빡센 직장생활 등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건축사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설계를 하면서 라이센스가 없어 느꼈던 서러움들.. 늘 생각했던 건축적 한계.. 저 스스로의 자존심 등 여러 가지 이유들에 의해 늦은 나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죠.
2013년 1월 처음 예비시험 준비를 한솔학원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건축을 전공하여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을 시험을 위해 다시 공부하는 거였지만 이미 썩은 머리로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더욱이 회사일 때문에 야근하는 날은 갈수록 많아지고 공부할 시간은 없고...괜히 시작 했나 후회도 하고 정신없이 견디다보니 가까스로 합격선에 바짝 붙어 예비시험을 어렵게 통과하고 나름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로 자격시험에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13년엔 워밍업하고 2014년에 제대로 준비해서 도전할 것인지.. 솔직히 좀 쉬고 싶은 마음에 13년 자격시험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포기 하고나니 오히려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 했습니다.
시험까지 3개월간 공부 할 수 있는 토요완벽대비반에 갑작스럽게 등록을 하고나니 모든 게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제도판 / 삼각자 / 스케일 등을 손에서 놓은 지가 20년이 넘어가니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작정 학원수업만 열심히 들었지만 수업만 열심히 듣는다고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매번 수업이 끝나고 나면 밀려가는 숙제들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에 대해 자책하고 위축되는 상황만 되풀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성격상 동료 수험생들과 고민을 나누거나 상담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안 되고 오로지 혼자서만 감당해야 해서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1교시 분석조닝은 실무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했지만 항상 오답 행진이었고 배치계획은 건물 및 부대시설 하나는 꼭 빼먹기 일쑤였습니다. 2교시 평면설계는 가장 쉽게 생각했다 항상 뒤통수 얻어맞은 과목 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박원영 선생님의 결과물 멘트...“면적 맞추기에 급급한 사례” 3교시 단면설계는 그나마 실시설계를 많이 해서 자신이 좀 있었지만 이 또한 작도량이 많고 구조설계 까지... 저에겐 쉬운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직장일과 병행 하다 보니 주말 토요일 하루 출석해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부였습니다. 당연히 완성도 떨어지고 개념 없는 답안작성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학원 모의고사 , 전국모의고사 정신없이 치르고 2013년 9월7일 자격시험을 또 정신없이 치뤘습니다. 머릿속이 하예지면서 허탈했습니다. 내가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도 모르겠고.. 결과는 참담한 3과목 모두 불합격 이었습니다. 가슴에 총 맞은 것처럼... 무척이나 쓰리고 아팠습니다. 물론 결과는 항상 노력에 비례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려오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2014년 올 해 한 번 만 더 도전해 보자 하는 마음에서 5월 전과목 정규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상황은 작년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업무는 갈수록 많아졌고 설계실 , 현장 . 관공서를 쫒아 다니는 바쁜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8월에야 깨달았습니다.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엔 8월 말 2주 동안 여름휴가를 신청했고 8월 한 달은 정시 퇴근을 약속 받고 매일 밤 퇴근 후 밀린 숙제를 하기 시작 했습니다. 원칙은 있었죠. 매일 푸는 과목은 2시간 이내에 끝날 수 있는 분석 조닝과 설비 , 구조설계에 집중 했습니다. 주말 수업엔 전 과목 완도 하려고 노력했고 여름휴가 2주는 학원 자습실에서 문제풀이에 집중 했습니다. 첫째 날은 세과목 완도 하는데 자그마치 12시간이 걸리더군요. 다음 날 부턴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첫 주는 그동안 못 풀었던 숙제를 매일 3과목 완도를 목표로 공부했고 둘째주는 최근 5년 과년도 문제 1년치를 매일매일 풀었죠..모의고사를 풀던 거와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학원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지만 뭐가 뭔지 (2년연속) 몰랐는데 과년도 문제를 풀고 나니 가닥이 좀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그래서 선생님들이나 주변에서들 과년도 문제를 꼭 풀어보라는 조언 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열심히 했지만 항상 모범 답안과는 거리가 있는 답안들이었죠...여름휴가 2주는 짧지만 알차게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부족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 또한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9월20일 시험장에선 모두가 그렇듯 차오르는 긴장감.. 여유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냉랭한 분위기....얼어버릴 것 같은 심장으로 (우황청심원 2병으로 하루를 버티긴 했지만..) 3교시의 시험을 모두 마치고 절인배추처럼 축 처진 어깨로 2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도판과 삼각자등등 제도용구를 매고 나오는 순간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겐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시험의 결과를 떠나서 저 자신에 대한 대견스러운 눈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11월7일 발표 나고 또 한 번 온몸이 떨릴 정도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대지계획과 평면설계 그리고 단면설계까지 합격하게 되니 그 기쁨은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었죠. 그리고 한꺼번에 세과목 합격을 하게 되어서, 내년부턴 시험을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더 좋았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짜릿 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합격하신 수험생분들 모두 축하드리고 건승하시길 바라며 저의 지루하고 긴 합격수기를 마칠까 합니다.
시험전날 문자로 큰 힘 되어주셨던 대지계획 김정준 선생님 , “ 면적 맞추기에 급급한 사례” 이번 시험엔 그렇게 안한 것 같습니다.. 평면설계 박원형 선생님 , 구조설계 이춘호 선생님 , 단면설계,설비설계 선생님.. 모두모두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묵묵히 제 옆을 지켜주고 힘들 때 위로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젠 무거운 제도용구 어깨에 매고 양재역을 가지 않아도 되서 참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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